촛불 행렬 전국 확산..시민들 '불평'에서 '격려'

2008. 6. 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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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가장 큰 규모로 격렬하게 치러진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는 또하나의 '변곡점'을 만들었다. 경찰은 물대포와 분말소화기를 사용하고 극한 현장에 투입하던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했다. 대학 총학생회와 정치·사회단체들이 전면에 가세했고 촛불 행렬은 전국에서도 거세게 일어났다. 시위대를 바라보는 '보통 시민들'의 시각도 '불평'에서 '격려'로 점차 바뀌고 있다.

1. '평화집회'에 경찰특공대 투입

경찰특공대는 특전사처럼 대테러전이나 인질극과 같은 강력 범죄에 한해 투입되는 경찰의 정예부대다. '전투전문'인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것은 2006년 현대하이스코 크레인 고공 농성, 2005년 6월 54일간의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 농성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날 촛불시위는 물리적인 충돌이 있긴 했지만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각목이나 쇠파이프 같은 무기가 등장하지 않았고 큰 피해를 낳을 장기 농성 성격도 아니었다.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것은 '강경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이 이날 시위를 기점으로 향후 쇠고기 시위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전략을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대포와 분말소화기를 사용한 점도 강경 대응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물대포를 얼굴 정면으로 맞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속출했다. 분말소화기 분사로 한때 시위대 내에서는 '최루탄 발사설'이 돌면서 큰 혼잡이 야기되기도 했다.

2. 대학생·교수·변호사 속속 가세

침묵하던 대학 총학생회가 시위대 전면으로 나섰다. 효자동·삼청동으로 갈린 시위대 최전방에는 서울대·중앙대·단국대·광운대 등 대학 총학생회 깃발이 자리했다. 개인이나 대학 단위로 참여하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대학생 부대'로 움직였다. 대학교 연합단체인 한총련과 한대련이 비운동권 구분 없이 하나로 뭉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변호사·정치인 등 사회주도층의 시위 가담도 돋보였다. 이재정·김광덕 변호사가 경찰에 연행됐고 민노당, 진보신당 소속 정치인들이 개인 자격으로 속속 시위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교수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이날 새벽 시위 현장을 지휘하던 진중권(중앙대)·한홍구(성공회대) 교수가 경찰에 연행돼 대학 교수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6월항쟁 때도 엘리트층이던 넥타이 부대의 궐기가 시위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3. 전국 100여곳 … 들불처럼 동참

촛불시위가 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서 시·군 단위 중소도시로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거리시위도 등장했고 시위 참가 인원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국에서 열린 거리시위는 100여곳에 달했다.

대구에선 시민 2500여명이 대백~반월당~대백 구간 2.7㎞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며 장관고시 철회를 요구했다. 부산시민 1000여명도 부산시청 광장 집회 후 서면 등에서 밤 늦게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는 '부산갈매기' 등을 노래하며 촛불을 밝혔다.

울산에서도 최대 규모인 1500명의 시민들이 롯데백화점 광장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광주에서는 촛불 대신 횃불시위까지 등장했다. 천안·청주 등 중소 도시에서도 시민 100~300명씩이 참가한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서울에서 격화된 시위가 지방으로 계속 번져가는 흐름이다.

4. 경적·박수 … 격려·호응 이어져

거리행진이 처음 시작된 지난 24일과 31일의 거리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버스운행이 지연되고 교통체증이 심해지자 "방법이 틀린 것 아니냐"며 시위대를 향해 불만을 터트리는 시민도 나타났다. 그러나 31일 거리행진에서는 지나가는 시위대를 박수와 환호로 격려하는 시민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대학로 집회를 마친 시위대 6000여명이 퇴계로 중부시장 앞을 지나가자 가게에 있던 상인들과 손님들이 나와 "수고가 많다"며 인사말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광장 주변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거나 강아지 풍선을 만들어주는 등 자원봉사자들의 이벤트가 계속됐다.

시위대 때문에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운전자들도 곳곳에서 경적을 울리며 지지 뜻을 나타내고 있다. 버스운전사 이모씨는 시위대가 '장관고시 철회 수입 재협상'이라고 적힌 피켓을 건네자 차를 잠시 세우고 함께 구호를 외쳐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송진식·윤희일·김다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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