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혁' 발표시기 연기 왜?

입력 2008. 5. 28. 19:03 수정 2008. 5. 2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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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전철 밟을라" 정치이슈화 차단 포석사장 선임前강행땐 노조반발 등 파행사태 우려사정기관 총동원 '개혁 명분쌓기' 작업 병행계획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등 공공개혁방안 발표를 당초 오는 6월 초에서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상당수 공기업 사장 공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먼저 민영화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으면 노조 반발에 신임 사장이 출근조차 못하며 경영파행 사태가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쇠고기 실패를 거울로 삼아 공공개혁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발표시기를 정교하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잠시 발표를 미룬 동안 사장 인사를 마무리짓는 한편 감사원ㆍ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공공기관의 비리와 공공개혁을 뒷받침할 자료 및 명분을 최대한 축적할 계획이다.

◇민영화 등 공공개혁 발표 속도조절=당초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및 구조조정 등 공공개혁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돌아오면 다음달 초쯤 발표할 계획이었다. 금융위원회가 주초 발표하려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은 다른 공기업들과 함께 공개하기로 하고 미루기도 했다. 이런 일정에 맞춰 공공개혁을 총괄하고 있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은 민영화 방안을 사실상 마무리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통상 등 경제정책이 연일 정치 이슈화되면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자 청와대는 공공개혁 발표시기를 연기하며 속도조절을 하기로 했다. 특히 민영화 및 구조조정의 키를 잡게 될 공기업 사장 인선이 한참 진행 중인데 먼저 공공개혁안을 발표하면 신임 사장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민영화나 구조조정 대상으로 발표된 공기업 노조가 신임 사장의 출근을 가만두고 보겠느냐"면서 "자칫 공기업 사장 인사에 '낙하산' 문제 등이 덧칠되면 공공개혁은 시작도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공공개혁안 발표가 늦어지면 공기업 임직원의 복지부동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쇠고기 경우처럼 속도만 생각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정치적 파장을 충분히 검토해 대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정기관 총동원 공기업 전방위 압박=공기업 수술시기는 잠시 미뤘지만 국가정보원ㆍ감사원ㆍ검찰ㆍ국세청 등 사정 빅4를 총동원해 공공개혁의 명분은 착실하면서도 철저하게 쌓아가고 있다. 첫 물꼬는 감사원이 텄다. 지난 22일 감사원은 31개 공공기관에 대한 1차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이들이 복리후생비 부당 지원 등 부적절하게 집행했던 금액만 1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은 공기업 비리를 더욱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석유공사와 석탄공사ㆍ자산관리공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일부 공기업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했으며 26일 수출입은행, 27일 관광공사 자회사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각각 압수수색했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는 국정원이 직ㆍ간접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KOTRAㆍ에너지관리공단ㆍ과학재단 등 위탁형 준정부기관 60곳, 국민연금공단ㆍ예금보험공사 등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10곳 등에 대해 다음달 4일까지 2차 공기업 감사를 벌이고 있어 검찰 수사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과 검찰 수사를 지켜본 국세청 역시 최근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에 세무조사를 통보하며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한전 이외에도 적잖은 공기업들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려도 있지만 공공 부문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사정이 총동원되고 있다"며 "공기업 사장 인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과 구(舊) 여권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성격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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