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민주노총 "국민 믿고 총파업하겠다"

2008. 5. 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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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다 못 채울 것"이라며 "국민 믿고, 80만 조합원 믿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민주노총이 국민 뒤따라가고 있다. 부끄럽고 미안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대로 간다면, 임기를 다 못 채울 것이다. 국민 믿고, 80만 조합원 믿고 총파업 하겠다."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난 이석행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말이다. 밤새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는 그의 얼굴엔 노곤함이 묻어났지만, 목소리를 쩌렁쩌렁했다.

조합원 80만명을 자랑하는 민주노총 본부는 현재 청계광장 구석에 있다. 찻길과 불과 1m 떨어진 곳.

어제(25일)부터 이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곳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경찰의 제지로 천막 치는 건 포기했다.

이 위원장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는데, 민주노총은 농성이나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숙였다. "안타깝다"고 했다. 대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에 대한 장관 고시가 확정될 경우,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이 현실화되면, 지난해 1월 그가 민주노총 수장으로 선출된 후 첫 총파업이 된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완전 개방 논란이 국민과 민주노총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26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민주노총이 부끄러울 정도로 시민들이 시위 주도"

25일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 어제부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시민들 반응은 어떤가?

"(옆에 있던 음료수 더미를 가리키며) 시민들이 다 사다준 거다. 한 할머니는 민주노총이 나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힘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4면짜리 '민주노총 총력투쟁본부 특보 2호'를 가리키며) 1000장씩 다섯 뭉치를 가져다 놓았는데, 어제 시민들이 네 뭉치를 알아서 가져갔다. 버리지도 않는다. 그동안 제도개혁을 위해 민주노총이 싸워왔는데, 이번에 민주노총의 노력들을 국민이 알아주는 것 같다."

- 지난 주말,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민주노총 지도부들도 이에 동참했나?

"그렇지 못했다. 밤새 촛불을 들었다.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이기 때문에, '대통령 퇴진' 등의 주장은 조직적 결의를 해야 한다. 시민들이 '이럴 때 민주노총이 투쟁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는데, 참으로 난감했다.

마음은 함께 가는데, 조직 대표로서 그러지 못했다. 시민들의 절규, 외침을 받아서 조합원들한테 전달하고 총파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늘 산별대표자 회의를 긴급하게 개최한다."

- 보수언론에서는 민주노총·전교조 때문에 지난 주말 집회가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 된다. 67명 연행됐는데, 민주노총·전교조 조합원은 1명도 없었다. 우리가 부끄러울 정도로 시민들이 먼저 '촛불 가지고 되느냐'고 한다. 우리 보고 '지금 이 판에 이게 뭐냐'고 나무랐다. 민주노총이 뒤따라가고 있고,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미안하고 안타깝다."

- 주말 집회에서 많은 시민이 연행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경찰과 정부 당국이 길거리로 나가는 문을 열어준 후, 문을 닫고 폭력 진압했다. 불순단체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다. 중단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표현할 권리를 줘야 한다.

경찰이 폭력적으로 방패로 찍고, 법과 원칙 얘기하면서 구속까지 몰고 가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을 든 국민을 꺾을 수 없고, 이명박 정부는 등 돌린 사람을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이라도 재협상하겠다고 겸허히 나서야 한다."

이 위원장의 첫 총파업... "발전, 가스, 현대·기아차 노조와도 협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정부가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려는 계획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 고시가 확정될 경우 총파업에 준하는 동원령을 내린다고 했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위원장 취임이후 첫 총파업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민주노총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국민 주권을 유린하는 거다. 헌법엔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하는데, 이 대통령은 자기가 다 가지고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다. 국민 건강권을 송두리째 팔아, 부시 미 대통령 골프 카 운전하는 비용으로 지불했다. 굴욕적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학교·병원·군대 급식으로 나간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불특정 다수의 젊은이들에게 공급된다. 국가의 장래를 허물어뜨리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권, 아이들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투쟁으로 가겠다고 한 것이다."

- "파업에 준하는 동원을 하겠다"는 발언의 구체적 의미는?

"총파업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려하겠다는 게다. 80만 조합원 중 40만이라도 길거리로 나오게 해 국민과 함께 투쟁하도록 하겠다. 운수노조가 운송을 거부하며 싸울 것이다. 다음 주 파업 논의를 위해 초 발전, 가스, 현대·기아자동차 노조 등과 전략 사업장 대표자 회의를 소집할 것이다."

- 결국 동원의 문제가 남는다. 이들 노조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

"필수공익사업장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쇠고기 문제로 무릎 꿇을 때, 같이 풀린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부를 고친다면 이 의제에 대해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정부도 맘대로 못할 게다. 이 전선(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은 매우 소중한 전선이다."

-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원이 되나?

"그렇다."

- 화물연대의 경우, 노조 가입률이 10%밖에 안 된다. 운송 저지 투쟁에 실효성이 있나?

"미국산 쇠고기가 있는 물류창고 14곳을 조합원들로 봉쇄할 것이다.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막아낼 수 있다. 물리적 충돌이 있겠지만,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 보수 신문에서는 여론의 외면을 받아온 민주노총이 쇠고기 문제를 지렛대 삼아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고 주장하는데.

"비정규직·사립학교법 같은 문제는 우리 조합원이 아닌 사회 개혁을 위해서 노력해왔다. 이를 언론이 매도해 국민이 몰랐다. 이젠 국민이 알고 있다. 조중동이 아무리 그렇게 얘기해도 저희 갈 길 가겠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한국노총의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그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 갔다. 자본과 권력의 포로가 됐다.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책연대 고리를 끊고, 이 투쟁에 합류해 노동조합 본연의 임무를 찾기 바란다."

"이명박 정부, 임기 못 채울 것... 국민, 조합원 믿고 투쟁하겠다"

전국교직원노조, 공공운수연맹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정부가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려는 계획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이명박 정부가 방만한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주체(노조·국민 등)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사유화는 요금을 올려 사용하는 사람한테 부담을 준다. 민영 고속도로 봐라. 또 대한석유공사 민영화 안됐더라면 기름이 이렇게 올랐겠느냐. 사유화와 구조조정이라는 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다."

- 이명박 정부가 가스·전기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공부문은 민영화하지 않기로 했다.

"물 사유화 되면 물값 오르지 않나? 정부는 물 사유화 않겠다고 하지만 이미 광역 상수도 공사는 위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한다고 하다가 밀리면 안하는 척 하고, 잠잠해지면 또 한다. 대운하도 마찬가지. 지금 정책도 진실성이 결여됐다.

부자 정부 장관들은 서민, 국민들이 뭘 목말라하는지 모른다.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임기를 다 못 채울 것 같다. 이 대통령은 하나님만 믿고 가고 있다.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거다. 지지율 15% 이하로 떨어지면 국정운영 못한다. 우리는 국민들 믿고 80만 조합원 믿고 투쟁할 것이다. 임금 몇 푼 올려봐야 의미 없다. 모든 걸 던지고 투쟁하겠다."

- 공공요금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데.

"기름값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정유사들이 작년 2조~8조원의 무지막지한 이윤 남겼다. 이를 정부가 잘 지도해야 한다. 또 기름 값의 55~60%가 세금이다. 기름 값과 세금이 같이 올라간다. 세금 내리는 방법은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

- 한국노총과의 연대는?

"연대하지 않겠다. 하지만 한국노총 사업장이라도 지켜야할 공공부문이라면, 국민과 조합원을 위해 민주노총이 나서겠다. 그 단위와 연대할 수는 있지만, 한국노총 중앙과 연대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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