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은근슬쩍 컴백 "역시나!"

2005. 3. 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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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수원 기자]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2005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는 법인가.검찰이 지난 2월 17일 재벌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김승연 회장을 소환조사 했을 때만 해도 검찰의 수사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박상길 부장)가 지난 18일 대한생명 인수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한화 김승연(53)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19일부로 해제한다고 발표하자 "재벌 봐주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은 지난 1월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인 김연배 전 한화 구조조정본부장을 대한생명 입찰방해와 배임, 뇌물 공여 의사표시 등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2월에는 한화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채권을 받은 혐의로 이부영 전 열리우리당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물론 그룹의 총수를 무한정 출금조치할 수 없는 검찰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김승연 회장의 출금 족쇄를 풀어준 사실은 일반인의 정서상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다.

검찰은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김 회장 출금 해제와 관련해 "한시적 조치일 뿐 수사는 계속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재계에서는 이미 김승연 회장의 출금 해제를 사건 무혐의 종결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출금 해제와 (주)한화 대표이사 컴백공교롭게도 검찰의 출금해제 조치가 발표되던 18일 한화그룹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냈다. 보도자료의 핵심 내용은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의 모 기업인 (주)한화 대표이사로 27개월만에 컴백한다는 것. 이는 김 회장이 활동 재개를 선언하는 경영 복귀 발표라고 볼 수 있다. 출금해제와 경영 복귀가 동시에 이루어진 점은 한화가 검찰의 결정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회장은 (주)한화 대표이사 선임 하루 전인 17일 대한생명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한화그룹에서는 공식적으로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 임원이 다른 회사 임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한 규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대한생명을 감싸고 있는 의혹으로부터 김승연 회장이 혐의를 벗기 위한 자구책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주)한화 대표이사 복귀 신고식을 통해 "대생을 포함한 그룹의 장래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그룹의 10년 미래 경영"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 모 회사로 돌아왔다"면서 "신사업 모색 등 경영혁신 기반 구축에 진력해야 한다"고 의욕을 밝혔다. 검찰의 혐의를 벗고 그룹 총수로서 발빠르게 움직이겠다는 계획을 담은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회장이 출금이 해제되고 (주)한화 대표이사로 은근슬쩍 복귀했지만, 대한생명을 둘러싼 의혹과 87억원의 한화 비자금의 실체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대생인수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관계자는 "검찰이 한화 수사를 종결한 것인지 아니면 립서비스 차원에서 계속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검찰이 비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화 수사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9명은 지난 2월 24일 대생 인수와 관련해 공자위와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등의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감사청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타임> 보도로 구설수에 오르다한화그룹은 지난 2월 17일 김 회장이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직후인 같은달 24일 자서전 홍보를 위해 내한한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회장이 면담한 내용을 언론사에 공개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한미교류협회 활동이 계기가 돼 클린턴 전 대통령과 친분이 만들어졌다"면서, 김 회장의 두터운 미국 인맥을 강조했다.

그러나 20일 발행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김승현 회장은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에드 버컴에 접근해 한미교류협회를 만들고, 버컴의 회사에 60만 달러를 지급했다"면서 "한미교류협회가 표방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한미관계의 강화지만, 실제로는 김 회장의 위상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룹 관계자는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한미교류협회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면서 "외교적 목적을 위해 만든 순수 단체를 미국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재단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모기업인 (주)한화를 중심으로 제조와 금융, 유통레저를 3대 축으로 "뉴한화"로 재도약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화그룹이 "뉴한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 대한 오래된 의혹과 로비자금의 실체, 그리고 김승연 회장을 둘러싼 구설들을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내지 못한다면 한화의 성장전략에 가속을 밟기 힘들다./박수원 기자-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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