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트 2008' 내용·문제점] 신불자 응급처방.. 국민연금 뼈대 흔들수도

2008. 3. 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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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연금 적립액을 담보로 채무상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키로 한 것은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들에게 새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금 전문가들은 자칫 이 정책이 국민연금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 위한 충격요법=국민연금에 가입돼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적립금을 반환해 달라는 요구가 줄곧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이 노후 생활을 위한 안전판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먼 훗날의 일이고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취업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신용불량자'란 딱지를 떼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뉴 스타트 2008 프로젝트'는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일종의 '패자부활 프로그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급격한 사회변화 등으로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소외된 이후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불행을 막기 위해 '뉴 스타트 2008'을 마련했다"며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자기 책임하에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사회에 복귀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담보로 한 채무상환이 추진될 경우 최대 29만명 정도가 신용등급을 향상 조정받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작용 커 추진에 신중해야= 그러나 국민연금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국민연금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제도는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적립해 노령·장애·사망 등으로 소득이 없거나 급감하는 시기에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해 노후생활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인 것이다.

그런데 이 재원을 담보로 금융채무 상환을 허용했을 경우 국민연금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계층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부금을 갚지 못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을 날리게 돼 정작 연금이 필요한 시기에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김연명 상임집행위원장(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채무를 상환한 가입자가 소득이 생각처럼 늘지 않아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 결국 연금의 사각지대로 떨어지게 된다"며 "이 정책은 노후생활을 보장하겠다는 국민연금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당시 연금 가입자가 원할 경우 가입액을 담보로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 적이 있지만 당시 대출을 받았던 가입자들 대부분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2001년 연금 납입 원금으로 대출금을 상계해야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태현 사회정책국장은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단기처방에 치우치고 있는 것 같다"며 "채무불이행자 문제는 국민연금기금이 아니라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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