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 원가 "4300원" "2800∼3200원".. 고무줄 치킨값

2010. 12. 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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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닭튀김 '통큰치킨'이 출시를 발표한 8일부터 판매중단을 선언한 13일까지 적정한 치킨 가격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세상인과 소비자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적정한 치킨 가격에 대해서는 누구도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적정한 치킨 가격은 얼마=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공개한 프라이드 치킨 원가는 1만3680원이다. 이 업체는 마리당 1만5000원에 팔고 있다. 판매가는 통큰치킨의 3배이고 원가도 배 이상이다.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이 원가 이하로 팔면서 고객을 유인하려는 미끼상품이 아니라고 공언했다.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 주장은 다르다. 원가를 공개한 업체에 따르면 생닭(신선육) 가격만 최근 시세로 4300원이다. 치킨 전문점에서 취급하는 신선육은 조미하기 쉽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일반 생닭보다 비싸다는 것이 업계 이야기다.

신선육 가격에 튀김가루 등 부재료와 양념, 기름값을 더하면 6000원을 훨씬 넘는다. 여기에 인건비, 임차료, 투자시설과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비, 가스·전기요금 등 고정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닭 한 마리에 6000원가량이다. 롯데마트가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치킨 무와 콜라 값 등을 뺐더라도 5000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영세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치킨용 생닭 중 중간 크기인 8호 닭의 경우 원가가 2800∼3200원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5000원짜리 치킨을 판 적이 있으며 지금은 9000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납품업체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는 "미리 대량 물량을 기획하고 기존 설비를 이용해 원가를 줄여 저가 판매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원가 공개를 꺼리기는 한국프랜차이즈협회도 마찬가지다. 협회 관계자는 "업체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원가 공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가격인지는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중소상인 살리기냐, 소비자 이익이냐=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최근의 상생 기류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이 같은 비판은 치킨업계를 중심으로 일부 소비자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제기됐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거론한 롯데마트 '역마진' 의혹은 통큰치킨 판매중단 결정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큰치킨 판매중단이 중소상인과 동반성장을 위한 결정이라지만 수많은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소상인만 서민 계층이 아니라 5000원이 넘으면 치킨 사는 것이 겁나는 소비자도 서민이라는 논리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 피자 등 상생과 관련해 이슈가 터질 때마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비자 입장은 배제되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유기업원의 김정호 원장은 논평에서 "싼값에 파는 롯데치킨을 비판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앗아가는 것"이라며 "저소득층에게 동네 치킨 업자는 부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기회가 있는 곳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상생을 위해서는 영세업자들의 창업을 지원하거나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보험료를 깎아주는 등의 방식으로 정책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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