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13년전 실수 인정"..IMF의 에두른 사과 왜?

입력 2010. 7. 13. 11:18 수정 2010. 7. 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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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칸 총재 "가혹한 정책 강요" 시인…국제 지위 급상승한 한국에 립서비스 해석

"10년 전 경제위기에 대한 기억은 아시아에 매우 강력하게 각인돼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매우 가혹한 정책을 아시아에 요구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한국ㆍ태국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민은 많은 대가를 치렀고, IMF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대전컨벤션센터 대극장. 'IMF 아시아21 콘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도미니크 스트라스 칸 IMF 총재는 한국과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 고등학생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칸 총재는 단상 좌우를 오가며 편안한 분위기로 말을 시작했지만 대화 주제는 충분히 무거웠다. 그는 직접 미안하다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지만 때로는 비유를 써가며 에둘러 IMF의 실수를 인정했다.

칸 총재는 "솔직히 말하자면 IMF는 실수를 했다"면서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은 없고, 실수를 통해 배운 점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IMF를 병원에 빗대기도 했다. "IMF는 아시아 외환위기 때 모든 병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치료를 했다"면서 "한국ㆍ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경제위기의 경험을 통해 이제 IMF는 각 국의 증상과 병에 맞춰 꼭 필요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한국인에게 10여년 전 IMF 위기는 잊을 수 없는 상처다. IMF가 우리나라에 구제금융 대가로 요구한 고금리 긴축정책, 대규모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으로 우리경제는 산업화 이후 가장 혹독한 시기를 겪었다. IMF의 수장이 직접 나서 '실수를 인정한다'고 말한 것은 분명히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좀더 차분하게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칸 총재는 경제학자라기보다 정치인에 가깝다. 프랑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의 위치를 위협할 정도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힌다. 한국의 '표'를 감안한 그의 정치적 수사에 너무 고무될 필요는 없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국제기구 개혁이다. IMF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은 G20 의장국에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서서 아시아의 '캐스팅보트(양 의견 동수일 때 중립자가 갖는 결정권)' 지위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IMF에서 새로운 대주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의 환심을 사려고 IMF가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말이 아닌 IMF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신중하고 치밀한 대응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조현숙 기자/newear@heraldm.com[ 헤럴드경제 모바일 바로가기] [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구독신청]-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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