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지구에서 보금자리 잃는 주민들

이재경 2009. 6. 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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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보금자리지구 원주민들은 지금]"우린 어디로 가야하죠?""농사짓던 분들, 가축 키우던 분들은 어쩌나요?""400년 된 경주 최씨, 밀양 박씨 집성촌은 사라지는 건가요?"정부가 지난 5월11일 발표했던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다.갑작스런 발표에 주민들도 지자체도 모두 당황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지역 현안 및 지역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당장 살던 동네가 정부에 수용되면 어디 가서 생계를 이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범지구를 발표한지 채 한달이 안 돼 각 지자체를 통해 지구지정을 마친 상태다.

대한주택공사는 각 지구별로 보상에 관한 주민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물론 주민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지난 2일 하남시 종합운동장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하남미사지구 주민설명회'가 개발예정지인 풍산동과 덕풍동 주민들의 반대로 시작 5분여 만에 중단되기도 했다.

경기도 역시 정부 정책에 문제점이 있다며 적극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도는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상 독소 조항을 개정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지구지정을 자자체 시장, 군수와 의무적으로 협의하도록 하고, 협의 기간도 현행 20일에서 더 연장하는 방안 등을 의원 발의를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친환경적인 주거환경을 위해 저밀도(100인/ha) 개발과 충분한 도시지원시설용지 확보가 개발 계획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방침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400년 집성촌 사라질 위기

정부가 발표했던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는 총 네곳이다. 서울강남(세곡), 서울서초(우면), 고양원흥, 하남미사지구다.

이 가운데 하남미사지구 주민들은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남미사지구는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풍산동 일대 약 546만6000㎡ 규모다.

하남미사지구 주민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강제수용방식에 반대하고 있다.홍진철 하남미사 주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971년 그린벨트로 지정된 이래 40여년간 많은 고통을 받아왔지만 크게 반발하지 않고 족쇄를 이겨왔다"며 "또다시 1970년대처럼 어느 날 갑자기 발표해서 수용한다고 하면 과거의 아픔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위원장은 "합리적인 순서에 입각해서 개발하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이런 강제적인 방식은 주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공이 최근 배포했던 '하남미사지구 보금자리주택 보상안내' 자료에 따르면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분양아파트는 전용면적 85㎡ 이하에 국한된다. 공급가격은 일반분양가격에서 생활기본시설 설치비를 뺀 가격이다.

이주정착금 지급을 요청한 경우 보상대상인 주거용건축물 평가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500만~1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된다. 지급 시기는 사업지구 밖으로 이주한 후가 된다.

그러나 하남미사지구 주민들은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보상은 별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당장 새로운 경작지를 찾거나 축사를 옮기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

홍 부위원장은 "생업을 할 곳을 잃으니 생계를 유지할 일이 막막하고 집안 선산의 묘들은 또 어떻게 이장할지 고민이 많다"며 "노인분들도 많은데 고향 떠나서 어디에 가서 살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지난 400여년간 경주 최씨, 밀양 박씨, 남양 홍씨 등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홍 부위원장은 "같은 성씨를 가진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강제 이주 때문에 일가친척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될 판"이라며 "이들은 보상보다 인간적인 고민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주민찬성 440건 중 단 2건

고양원흥지구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고양원흥지구는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 도내동 일대 약 128만7000㎡ 규모다.

고양시가 5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지정에 대한 주민 공람을 실시한 결과 찬성하는 의견은 전체 440건 중 2건에 불과했다. 327건(74%) 이상이 사실상 반대의견을 냈다.

고양시 관계자는 "지구지정 절차 자체가 너무 급박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주민들도 반대 움직임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원흥지구 주민들 역시 주로 화훼 및 채소 농사가 주된 생업이다. 대부분 농경지로 이뤄져 있다. 이곳 역시 지난 40여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한 주민은 "40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집 손질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살아오기만 했다"며 "쥐꼬리만한 보상을 받아봐야 주변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뛴 상황에서 도대체 어디서 전세라도 얻을 수 있겠냐. 그냥 이대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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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기자 lee@<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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