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보다 많은 백수가장, "계속 는다"

2008. 11. 9. 1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학렬기자]-2분기 15%…1998년 13%보다 높아

-"은퇴연령 낮고 경기 영향"

-정부, 실업급여 수급자 9.4만명 확대 등

#컴퓨터 게임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던 A씨는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개발한 게임들이 번번히 실패하면서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다른 회사로 쉽게 옮길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다른 게임회사들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A씨는 괜히 퇴직을 신청했다는 후회가 든다. 게다가 내년초에는 첫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B씨는 회사가 구조조정을 한다는 얘기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회사 이익이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구조조정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은 들지만 들리는 소문은 흉흉하다. 회사가 어려운 경제 사정을 핑계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란 얘기다. 내년부터 유치원에 다닐 애를 생각하면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고용 부진이 심화되면서 백수가장이 늘고 있다. 올 2분기 기준으로 가장이 백수인 가구의 비중은 외환위기는 물론이고 2분기 기준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화될 경우 백수가장의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약 9000가구를 표본으로 가계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2분기 기준으로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중은 14.92%로 약 1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로는 사상 최고치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2.77%)와 1999년 2분기(14.34%)보다 높은 수치다. 최근들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가 백수인 가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기준으로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중은 1997년까지 한자릿수를 유지했다. 그러다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대량 해고에 나서면서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중이 1997년 2분기 8.4%에서 1998년 2분기에는 12.77%로 크게 늘었다.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중은 1999년에 14.34%까지 높아졌다가 외환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점차 낮아져 2004년에는 11.89%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카드사태 이후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등 수출경기를 제외하곤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2005년에 다시 12.54%로 높아졌다.

2006년엔 13.11%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수준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4.91%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올 2분기에는 14.92%로 지난해 2분기보다 소폭 높아져 사상최고치 경신을 계속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은퇴 연령이 낮아져 무직 가구주 비중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무직 가구주 비중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경기 침체에 따른 실직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실업급여와 실직가정 생활안정자금 융자 관련 예산을 3100억원 증액키로 했다. 정부는 내년 실업급여 수급자를 당초 103만2000명으로 예상했으나 112만6000명으로 9만4000명 늘려잡았고 실직가정 생활안정자금 융자 대상자도 9000명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무직 가구주 비중은 계절적인 요인으로 1~4분기 중 1분기에 가장 높게 나타난다. 1분기를 기준으로 무직가구 비중은 지난해 15.4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15.37%로 소폭 낮아졌다. 경기 하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1분기엔 지난해보다 더 높아지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로 보는 머니투데이 "5200 누르고 NATE/magicⓝ/ez-i"

이학렬기자 tootsie@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