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조성진 사장 라이벌 관계가 '가전 부활' 동력?
[한겨레] 서로 “당신한텐 못 진다” 경쟁이 혁신 가속 분석
해당 사업부서 잔뼈 굵은 기술·제품 전문가 공통점
삼성·엘지(LG)전자 가전사업의 화려한 변신 배경에는 서로 상대한테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오기’도 있다. 그 중심에는 윤부근(63) 삼성전자 시이(CE)부문 사장과 조성진(60) 엘지전자 에이치앤에이(H&A)사업본부 사장이 있다.
윤 사장은 한양대에서 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영상사업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2009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부터 생활가전사업까지 총괄했고 이듬해 대표이사가 됐다. 조 사장은 용산공고 졸업 뒤 1976년 엘지전자에 입사해 세탁기 전문가로 커 왔다. 2013년 생활가전사업을 총괄하는 에이치앤에이사업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올 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지난달 엘지전자 근무 40년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두 업체 가전사업은 윤 사장과 조 사장이 ‘총대’를 메면서 부활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둘 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기술·제품 혁신을 강조할 수 있었고, 각각 가전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처지라 자존심 때문에라도 가전사업이 계륵 취급을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윤 사장과 조 사장은 상대에게 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상대와 비교되는 것조차 싫어한다. 각자 자신이 한 수 위라고 여기는 것이다. 같은 비행기에 타도 말을 섞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두 회사는 각각 상대가 혁신적 기능의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일단 평가절하한 뒤 절치부심해 그보다 뛰어난 제품을 내놓기를 반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탁기 위에 애벌빨래를 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와이셔츠 깃 등은 손으로 비벼서 넣을 수 있게 하는 세탁기를 내놓자, 엘지전자는 세탁기 위에 양동이 하나 올려놓은 꼴이라고 비아냥댔다. 삼성전자는 엘지전자 트윈워시에 대해 기술 부족으로 아래쪽 통을 키우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2014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 때는 조 사장이 시내 매장을 둘러보던 중 진열돼 있는 삼성전자 세탁기 문을 힘줘 눌렀는데, 삼성전자가 조 사장을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기소 뒤 고소를 취소했으나, 검찰이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기 때문에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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