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사재 출연 액수도 안 밝힌 한진해운..알짜 계열사까지 팔아 5조 마련한 현대상선

문희철 2016. 9. 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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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1·2위 운명 가른 회생 노력한진, 해운동맹 가입 등 실력 자만늑장 자율협약, 채권단 설득 실패

3월 말 현대상선의 부채 비율은 5309%로 한진해운(838%)보다 7배가량 높았다. 하지만 5개월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한진해운이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반면 현대상선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현재 현대상선은 부채 비율을 200% 미만으로 줄였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부채 비율은 1076%(6월 말 기준)로 더 높아졌다.

두 해운사는 지난 40년 동안 한국 해운업을 함께 이끌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6년 현대상선을 세우고 1년 뒤 고 조중훈 한진그룹 명예회장이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창업주 타계 후 현대상선에선 5남 고 정몽헌 전 회장이, 한진해운은 3남 고 조수호 전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이 작고하자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경영을 시작한 것도 유사하다. 두 회사는 40년간 판박이 행보를 걸었지만 결과는 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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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환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자금 조달 능력이 성패를 갈랐다”고 평가했다. 8월까지 현대상선이 마련한 돈은 모두 5조289억원으로, 한진해운(2조2429억원)의 2배다. 현대그룹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던 현대상선은 현대증권·현대아산·현대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지분이 많았고, 현대오일뱅크 등 알짜 주식도 있었다. 반면 한진해운은 이런 자산이 부족했다.

그룹이 감내한 고통도 수준이 달랐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계열사 4개(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현대저축은행·현대자산운용)를 팔았다. 결국 현대그룹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축소됐다. 한진그룹도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계열사 매각은 없었다.

하영석 한국해운물류학회 고문은 “대주주 고통 분담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200억원, 그의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 100억원의 사재를 내놨다. 반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막판 사재 출연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구체적 액수를 밝히진 않았다. 한진해운 위기 책임론이 불거지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도 사재 출연 요구엔 묵묵부답이다.

하영석 고문은 “최은영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팔았다는 혐의가 불거지면서 채권단이 혈세로 한진해운을 지원할 명분도 줄었다”고 말했다.

자율협약 신청 방식도 온도 차가 있다.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전부터 채권단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3조원 이상의 자산 매각을 끝내고, 오너 사재도 출연한 뒤 3월 29일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에 비해 한진해운은 다소 채권단과의 교감이 부족했다. 4월 25일 자율협약신청서를 제출하자 KDB산업은행은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결국 5월 4일 자율협약이 개시됐다.

한진그룹이 방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조정 중반까지는 한진그룹의 생존 가능성이 더 컸다. 한진해운은 가장 어렵다는 국제해운동맹(디얼라이언스) 가입을 이미 5월에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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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석 고문은 “선대 구성이나 항로 점유율, 글로벌 네트워크 측면에서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한진해운이 더 나은 입장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비교 열위였던 현대상선은 더 절실하게 매달렸다.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200여 명의 현대상선 직원이 직접 사채권자를 만나러 다녔다.

결과적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2인자 현대상선은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이기환 교수는 “실력을 자신한 한진해운이 방심한 게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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