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6억 아래는 내놓지 맙시다".. 위례신도시 입주민 '전세담합'

이승주 2016. 8. 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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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있는 댓글 일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우리 전셋값 6억원으로 통일합시다. 그 아래로는 내놓지 말자고요."

3일 위례신도시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같이 전세가격을 담합하는 글이 속속 발견됐다.

아이디 p**는 "전세를 내놓겠다고 했더니 중개업자들이 마음대로 이 아파트 전셋값은 5억5000만원이라고 하더라"며 "이렇게 부동산에서 정하는게 시세일 수 없다. 우리 아파트 브랜드와 입지 등을 고려하면 6억원 아래로 전세를 내놓으면 안된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자 '우리 6억원 이상으로 깔끔하게 통일하자', '6억원에 동의한다. 7억원에서 시작하면 더 좋지만' 등의 댓글이 달렸다.

'부동산업자에게 절대 휘말리지 말고 6억 아래로는 캔슬(거래 거절)하세요', '부동산 속성이 그렇듯 합심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립시다' 등 당부의 글도 줄을 이었다.

최근 이같은 '전세담합'이 위례신도시 입주단지를 중심으로 속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위례신도시에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세매물도 급증하자 전셋값이 터무니없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입주민끼리 전셋값 하한선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위례신도시에는 입주물량이 증가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위례신도시는 지난 2013년 2949가구를 시작으로 입주가 시작됐지만 지난해 4330가구에 이어 올해 배가 넘는 8960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전세난에 서울 송파구와 분당신도시 노후주택 거주민 등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위례로 밀려들고 있지만 거래현장에서는 입주물량 대비 전세매물이 많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위례신도시의 A공인중개사는 "A건설사 아파트는 전세 6억원 아래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입주민끼리 카페에서 모두 6억원 아래로는 내놓지 않기로 말을 맞추면서 가격 조정도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급전이 필요해 이보다 저렴하게 나온 매물을 제외하면 거래 가능한 전세매물은 입주물량 대비 그리 많지 않은편"이라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소규모 '전세담합'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이처럼 광범위하게 '전세담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위례신도시가 이제 막 입주가 시작된 '신생' 신도시라는 점도 작용했다. 입주가 이번에 본격화하는 만큼 이렇다할 전세시세가 아직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르는게 값'이거나 '담합하는게 시세'가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담합'이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통 강남의 일부 고액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런 전세가격 담합이 이뤄지곤 한다"며 "위례신도시는 입주민 사이에 입주잔금 여력이나 융자 비율 등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없는 이들이 결국 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입주초기 단계의 신도시는 전세물량이 대량으로 나오는데다 아직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전셋값이 원래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고 인프라가 어느정도 갖춰지면 담합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적정시세가 형성될 것"이라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같은 초기 신도시에서는 중개업자들이 시장가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시세를 조정하려는 악덕 중개업자도 생겨날 수 있다"며 "신도시 초기시세는 중개업자의 재량에 따라 형성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중개에 임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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