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건물주 '리쌍', 가로수길 곱창집 '우장창창' 강제철거 시도

정희완 기자 입력 2016. 7. 7. 09:00 수정 2016. 7. 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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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방에 제쳐.”

7일 오전 6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쪽 골목에서 검정색 티와 조끼를 입은 경비 용역업체 직원들 수십명이 곱창집 ‘우장창창’을 향해 뛰어왔다. 이들은 우장창창 정문 앞에 스크럼을 짜기 시작했다. 가게 주변에 흰색 헬멧을 쓴 철거용역들도 모여들었다. 경비·철거 용역을 모두 합치면 90명쯤 돼 보였다.

우장창창 대표 서윤수씨(39)와 ‘맘편히장사하고픈사람들모임’(맘상모) 등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용역들이 가게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서면서 대치했다. 이들은 “강제집행 중단하라” “우장창창 지켜내자” “용역들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윤수씨는 맘상모 대표이다.

7일 새벽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우장창창\'가게 앞에서 가게주인 서윤수씨가 \'내 가게에 들어가게 해달라.\'며 그를 가로막은 철거용역 앞에서 울부짖고있다. 그는 건물주인 가수 리쌍으로부터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1층 점포를 리쌍에게 내어준 대신 주차장과 지하를 활용해 영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리쌍측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서씨는 소송을 냈다. 리쌍측도 서씨가 주차장에 불법천막을 설치했다며 명도소송으로 맞섰다. 양측의 주장을 기각시킨 법원은 서씨에게 퇴거명령을 내렸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오전 6시40분쯤 법원 집행관이 현장에 도착했다. 용역과 대치하던 시민 한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가게가 있는 골목에는 ‘공무집행 중.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와 법원 로고가 담긴 입간판이 설치됐다. 법원 집행관과 건물주의 대리인, 그리고 서윤수씨는 근처 식당에 들어가 면담했다. 서씨는 “대리인과 집행관이 감정적으로 너무 멀리 왔다. 합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7시45분쯤 철거용역들이 뒷문을 통해 가게 지하로 진입했다. 용역들은 소화기를 뿌리며 철거를 시도했다. 이어 8시5분 용역들은 정문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는 서윤수씨와 맘상모 회원 등 시민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용역업체 직원 일부가 넘어지는 등 다쳤다. 일부 철거용역들은 천막 위로 올라가 천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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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15분 법원 집행관은 강제집행 중단을 명령했다. 그러나 일부 용역들이 철거를 진행했다.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용역들은 천막에서 내려왔다. 경비 용역들은 정문 앞에 여전히 남았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현장이 도착했다. 제 의원은 “정치가 잘못돼서 힘 없는 사람들이 자꾸 당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여러분들(용역업체 직원들)도 일자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왔고 폭력을 행사하고 싶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란 거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사람들을 폭력으로 내쫓는 건 부당하다”면서 “법이 잘못돼서 세입자를 내쫓는 게 공무집행이라는 현실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제 의원이 법원 집행관과 면담한 뒤 가게 정문에 있던 경비업체 용역들도 자리를 떴다.

철거 용역들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우장창창’가게에 대한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지난 2010년 곱창집을 개업한 서윤수씨는 1년 반 만에 새로운 건물주인 가수 리쌍으로부터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후 서윤수씨 “명도집행이 합법이고 이를 막는 게 불법인 세상”이라며 “그만큼 건물주에게는 너무 많은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차 상인들이 쫓겨나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쫓겨나지 않는 상인들도 쫓겨날지 모른다는 위험과 두려움 때문에 건물주의 터무니없는 요구사항 들어준다”며 “어떻게 생각하면 굴욕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예인들이 재테크를 잘했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재부분 재테크는 명도소송이 동반되기 마련”이라며 “그런 시세 차익은 상인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 서씨는 “맘상모 회원들과 최대한 가게 안을 정리해 장사를 계속 할 것”이라며 “건물주는 이날 폭력 사태에 대해 맘상모 회원들과 신사동 상인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2010년 11월 서윤수씨는 현재 건물 1층에 곱창집을 개업했다. 그러나 1년 반 만에 새로운 건물주 ‘리쌍’으로부터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논란 끝에 그는 1층 점포를 주인에게 내어준 대신 주차장과 지하를 활용해 영업을 이어갔다. 당시 건물주는 서씨와 “주차장을 용도변경해 영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합의서를 썼다. 그러나 건물주는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서씨는 소송을 냈다. 건물주도 서씨가 주차장에 천막을 치는 불법을 저질렀다며 명도소송으로 맞섰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은 서씨가 지하와 주차장 임대계약 종료 6개월에서 1개월 사이 건물주에게 계약 갱신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거 명령을 내렸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계약 중단을 통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지만 서씨는 이것이 가능한 환산보증금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법원은 서윤수씨에게 2차례 걸쳐 퇴거명령 계고장을 보냈고 지난 5월30일 계고장의 기한이 만료됐다.

7일 오전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가수 리쌍 소유 건물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영업중인 ‘우장창창’에 대한 명도집행 도중 한 지킴이가 머리를 부딪히며 넘어져 쓰러져있다. / 이준헌 기자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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