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흔들'..산업재편 바람부나

오동현 2016. 5.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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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자발적 통폐합 등 구조조정 단행해야"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국내 시멘트 업계가 최근 잇달아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50년 역사상 '산업재편'이라는 일대 변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24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현대시멘트 채권단은 이르면 7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보유 지분 약 95%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시멘트 업계는 계속된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원가상승 등으로 인한 경영난 타개를 위해 계열사 등 자산매각, 인원감축, 임금동결이라는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시멘트 업계는 주요 7개사 중 4개사가 재편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7개사 중 4개사 재편…5년간 누적적자 1조4000억원

앞서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 후 연관산업인 레미콘업체 삼표에 인수·합병 됐으며, 쌍용양회와 라파즈한라시멘트는 각각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글렌우드에 매각됐다.

성신양회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현재 시멘트 산업은 건설 경기 부진과 제철업계의 고로증설, 화력 발전소의 발전 설비 증설에 따른 대체재(슬래그·플라이애쉬) 공급 증가로 존립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시멘트 업종을 신용위험 업종으로 고시하고 특별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 시멘트 수요는 도시개발, 주택건설, SOC투자 등이 활발했던 1997년 6200만톤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다. 지난해 생산량은 4900만톤으로 시멘트 업계 전체 생산능력(6200만톤)의 80%에도 못미쳤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82%~92%에 달했던 설비가동률도 지속적인 내수 감소로 인해 2013년 71.5%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73% 수준을 회복했지만 제조업 평균 가동률 74.2%보다 낮았다.

시멘트 산업은 장치산업 특성상 고정비의 비중이 45% 이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설비 가동률 하락은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출을 통한 수익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량물인 시멘트 제품의 특성상 장거리 수송에 따른 해운임 부담으로 손익기여 효과는 미미하다. 전형적인 내수기반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 폭은 적다. 생산자 물가지수에 따르면 2003년 이후 광산품은 69%, 공산품은 40%, 일반철근은 122%으로 대폭 상승한 반면 시멘트는 10년간 17.2% 인상에 그쳤다.

국내 시멘트 가격은 1톤당 7만5000원으로 일본(9만8070원), 미국(12만8713원), 독일(13만7987원) 등 선진국의 50∼70% 수준이며 인도네시아(8만6929원), 이집트(9만3526원) 등 개발도상국 보다도 싸다.

여기에 국내 건설경기의 장기침체로 인한 시멘트 내수부진과 대체재 급증 및 제조원가 상승 등은 시멘트 산업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시멘트 7개사의 누적 적자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약 1조40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적자는 2014년부터 건설경기 호조에 따른 내수증가와 가격인상으로 호전됐다가 다시 올해 1분기 들어 31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악화됐다.

◇"체질개선 시급…산업재편 검토 필요"

이에 공급과잉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도 "공급과잉 상태의 경영개선이 시급하다"며 자발적인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1980년대 20개 업체에서 4개 업체로, 독일은 2000년대 중반 38개 업체에서 6개 업체로 자발적인 통폐합을 단행해 경영여건을 빠르게 정상화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이후 급격한 시멘트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일본이나 독일처럼 미래를 위한 산업재편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사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멘트 산업의 체질개선과 미래 발전을 모색하는데 필요한 주체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현재 국내 몇몇 업체는 자발적 구조조정의 자금여력과 의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사모펀드가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선 "업체의 지속가능경영 보다 단기간 내 수익성을 끌어올려 재매각 하는 데만 집중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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