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수주 확실하다더니..2조원 넘는 '철도 공사' MOU 무산
[경향신문] ㆍ성과 부풀리기 후유증…국토부 “포함 안 한 MOU도 많다”
ㆍ박 대통령은 내일 ‘순방 성과’ 민관토론회 주재 ‘홍보 올인’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371억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양해각서(MOU) 체결조차 실패한 사업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설익은 사업 추진까지 모두 긁어모아 순방 성과를 부풀린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이란 방문 경제 성과 확산을 위한 민관 합동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기로 한 상황에서 순방 성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9일 현대로템과 공동으로 박 대통령 순방 기간 중 이란 교통인프라개발공사(CDTIC)와 맺을 예정이던 17억달러 규모의 ‘차바하르~자헤단 철도 공사’와 6억달러 규모의 ‘미아네흐~타브리즈 철도 공사’에 대한 MOU가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 때문에 체결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정부가 박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 중이던 지난 2일은 물론, 4일 박 대통령의 귀국 기내 간담회에서도 순방 성과라고 밝힌 철도·도로·수자원 프로젝트 중 일부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2일 “371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30건에 대해 MOU와 가계약 등을 맺었다”며 “이 사업들은 수주가 확실시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MOU가 무산된 두 철도 공사의 사업비를 합치면 총 23억달러로, 정부가 발표한 순방 성과의 6.2%가 벌써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 발주처와 협의해 MOU 체결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정부가 성급하게 MOU 추진 단계에 있는 사업들까지 수주가 확실시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발표한 순방 성과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들만 고른 것이어서 부풀린 것은 아니다”라며 “MOU 체결이 지연된 것도 있지만 당초 성과에 포함시키지 않은 사업들 중 체결된 MOU도 많다”고 말했다.
이란 기업들이 한국과의 계약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이란 타스님뉴스에 따르면 이란 교통인프라공사는 지난 3일 ‘테헤란~쇼말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MOU를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교환한 지 닷새 만에 다른 곳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알리 누르자드 최고경영자는 “한국 컨소시엄이 4개월 안에 MOU가 실제 실행될 수 있도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란 카탐 알안비아 건설과 계약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이란 방문 경제 성과 확산을 위한 민관 합동 토론회를 직접 주재한다고 청와대가 이날 밝혔다. 박 대통령은토론회를 통해 순방에서 체결된 각종 MOU 등의 차질 없는 이행, 관련 산업으로 성과 확산 및 이란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방안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총선 참패 후 잃어버린 국정 동력을 이란 마케팅을 통해 회복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총선 직후 제기되는 쇄신 여론을 이란 효과로 덮으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김준기·이용욱 기자 jk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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