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성동조선 찾은 수출입은행장.."오죽 답답했으면"

이성택 입력 2016. 4. 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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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 통영 본사 방문

조선업황 침체 지속에 1.8조원 쏟아부은 수은 휘청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를 떠나 간만에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을 찾았다고 합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조선업황 악화로 201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성동조선에 지금까지 1조8,000억원(2월 기준)의 지원액을 쏟아부은 최대 채권은행인데요.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4년 8월 이후 성동조선 본사를 처음 방문한 이 행장은 이날 김철년 성동조선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면담을 나누며 경영정상화 진행상황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업황 악화에 대한 뾰족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아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성동조선의 상황을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8위까지 올랐던 성동조선은 2010년 4,000억원 넘는 손실을 보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후 채권단의 자율협약 절차를 밟으면서 지난해 4월까지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 받았지만 상황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단은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손을 떼겠다고 선언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자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2,600억원 지원을 비롯해 2019년까지 성동조선 정상화를 위해 4,200억~4,700억원을 더 지원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이는 다른 채권은행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낌 없는 지원의 결과 수출입은행은 벌써 눈에 띌 정도로 휘청대는 상태입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 부실채권이 2006년 489억원에서 2014년 2조1,000억원, 지난해 2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정부가 지난해 말 수출입은행에 1조원의 긴급 현물출자에 나서야 했을 정도입니다.

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별로 없는 수출입은행이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성동조선의 향후 전망마저 낙관적이지 않자 수출입은행은 더더욱 난감한 처지입니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8월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아직까지 별 소득이 없어 보입니다. 성동조선이 올 1분기 수주 실적이 한 건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구원투수로 나선 삼성중공업마저 지난해 10월 이후 신규 수주가 없어 ‘제 코가 석자’인 지경이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는 “추가지원도, 경영협력 협약 카드도 좀처럼 먹히지 않자 이 행장이 답답한 마음에 현장을 찾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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