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옆 숙박업은 불법인데 에어비앤비는?

세종=이태규기자 2016. 3. 14. 17: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규제 딜레마 빠진 공유경제정부 공유경제 육성 위해 민박업 규제 풀어주자니 기존 업체와 형평성 어긋나규제프리존 특별법 발의 놓고 세부 규정 수위 조절 고민

공유경제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규제 딜레마'에 빠졌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민박업에 '학교 근처 영업금지' 등 기존 숙박업에 적용된 규제를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고, 규제를 대폭 풀어주자니 기존 숙박업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의 싹도 틔우고 형평성도 맞추는 '황금 비율'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련법이 얽히고설킨데다 이해관계자도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2·4분기 안에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발의해 제주·부산·강원에서 시범적으로 공유민박업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공유민박업 사업자가 연간 120일만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원칙 등 큰 줄기만 세워놓고 세부 규정을 짜고 있다.

문제는 세부 규정의 수위 조절이다. '학교 앞 여관 금지법'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학교 반경 200m 이내에서는 사실상 호텔·여관·여인숙을 운영할 수 없다(학교보건법). 당장 제주·부산·강원도에서 학교 근처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공유민박업 영업을 하려는 경우가 나오면 이를 인정해줄지가 고민이다. 허가를 할 경우 공유민박업의 등장으로 타격을 받을 숙박업체들이 "우리는 안되고 에어비앤비 등 공유민박업체는 되느냐"며 반발할 수 있고 반대로 금지하자니 공유경제 육성 첫발부터 삐거덕거리고 과잉규제 논란도 예상된다. 지난해 말 관광진흥법이 통과돼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75m 밖에서는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됐지만 객실 100개 이상인 호텔만 대상이다. 여관·여인숙 등은 여전히 학교 근처 영업이 막혀 있다.

숙박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무 교육도 골칫거리다. 현재 호텔, 여관, 여인숙, 농어촌(읍·면) 지역 민박 사업자는 안전, 서비스 수준 제고, 위생을 위해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매년 3시간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농어촌정비·위생관리법). 이를 공유민박 사업자는 면제해주면 숙박업체들이 반발할 수 있다. 반면 교육을 똑같이 받게 될 경우 "집 안에 빈방을 공유민박으로 활용해볼까"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 있다.

이외에 숙박업자는 공중위생법상 시장·군수 등이 요청할시 위생관리 관련 보고를 하거나 소속 공무원의 파견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공유민박업에 적용할지도 고민이다. 자택의 빈방을 빌려주는 공유민박 영업자로서 거부감이 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현재 농어촌 민박사업자는 요금표를 민박주택의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해야 하는 법(농어촌정비법),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계속 휴업을 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폐쇄를 명할 수 있는 조항(위생관리법) 등을 그대로 적용할지도 논쟁거리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유민박업 사업자에게 연간 120일 이내에 영업을 할 수 있는 '핸디캡'을 주기로 했으므로 기존업체보다는 헐거운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 수준의 하부 법안을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기존 숙박업체는 '에어비앤비에 적용된 규제가 약해 규제의 역차별이 자행되고 있다'고 반발하는 반면 영업자들은 숙박 허용일수 제한을 풀어달라고 맞서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도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