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개발팀에 敬意".. 구글 "우린 달에 착륙했다"

채민기 기자 2016. 3. 1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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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對 인공지능 두뇌전쟁] '세기의 대결' 1局 마친 소감 - 이세돌 "충격" "서로 어려운 바둑임을 느낄 때 생각도 못한 알파고의 묘수 그 수가 없었다면 '내일은 자신있다' 할텐데 그 수를 보니 이제 5대5 아닐까.." - 구글 "다음은 스타크래프트" "매 순간 알파고 능력 한계치까지 밀고나가야 했던 한 판.. 이세돌 9단에 경의를 표한다"
아쉬움이 얼굴에 가득… - 첫 대국이 끝난 후 소감을 밝히는 이세돌 9단. 얼굴에 아쉬움이 남았다. /오종찬 기자
알파고 팀 "우리가 해냈어" - 인간 대표와 인공지능이 맞붙은‘세기의 대결’제1국은 예상을 뒤엎고 인간의 완패로 끝났다. 승리가 확정된 뒤 한데 모여 기념 촬영을 하며 기쁨을 나누는 구글 알파고 팀원들. /오종찬 기자

"승리!!!!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WINS!!!! We landed it on the moon)."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9일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국에서 승리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인공지능으로 인간 바둑 최고수를 꺾은 일을 인류의 달 착륙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이세돌에게도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세돌 9단은 "나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알파고)을 만든 프로그래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대국장을 나선 그는 잠시 미소를 보이기도 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목소리는 떨렸다.

◇이세돌 "정말 놀랐다… 남은 대국 승률 5:5"

이 9단은 이날 대국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놀랐다"는 말을 반복했다. 알파고의 도전에 응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져서 충격적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며 "굉장히 즐겁게 뒀고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상대에 대해선 "초반은 아무래도 알파고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바둑을) 풀어가는 능력이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대국 전 전문가들 사이에선 알파고가 초반보다는 후반에 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돌이 얼마 놓이지 않아서 감안해야 할 경우의 수가 방대한 초반보다는, 가능한 수가 좁혀진 후반에 알파고가 정확한 계산 능력을 바탕으로 위력을 발휘하리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알파고는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고, 이 9단이 오히려 흔들렸다.

이 9단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남은 대국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오늘 실패한 포석을 보완한다면 나에게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첫판을 내주긴 했지만 세계대회 우승을 포함해 풍부한 실전 경험을 살리면 얼마든지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9단은 대국 이틀 전까지도 자신의 '5대0' 완승(完勝)을 자신했다. 그러나 허를 찌르는 승부수에 당한 뒤에는 알파고를 만만찮은 호적수로 인정했다. "서로가 어려운 바둑을 두는 게 아닌가 느끼던 중에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둘 수 없는 (알파고의) 수가 나왔습니다. 그 수가 없었다면 '오늘 졌지만 내일은 자신 있다'고 할 텐데, 그 수를 보니 이제 5대5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글 "다음은 스타크래프트에 도전"

기자회견에는 허사비스 CEO와 딥마인드의 강화학습 연구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실버 박사, 내·외신 기자들에게 한국어와 영어로 대국을 해설해준 해설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허사비스 CEO는 "막상막하의 대전이었다"며 "전투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이세돌의 스타일 때문에 긴장감이 넘쳤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도 했다. "앞으로 네 게임이 남았고, 이 9단이 새 전략을 들고나오면 더 흥미로울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실버 박사는 "훌륭한 대전을 치를 수 있게 해준 이세돌 9단에게 감사한다"며 "최고의 수를 내기 위해 매 순간 알파고가 가진 능력의 한계치까지 밀고나가야 했던 한판이었다"고 했다.

한국어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실수를 해도 냉정함을 유지했다"며 "알파고가 뚜렷하게 '망한' 장면도 있었는데 전체 바둑의 형세는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에게 영어 해설을 해준 크리스 갈록 미국바둑협회 부회장은 "해설 중간중간에 알파고를 '그(he)'라고 지칭한 순간이 있었다"며 "진정한 지능의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것(it)'이 아니라 실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알파고의 실력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이날 대국에 앞서 구글의 딥러닝(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며 지능을 키우는 기술) 연구를 총괄하는 제프 딘 수석연구원도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여러 게임을 활용한다"며 "앞으로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도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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