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손실 초비상 ELS①]홍콩발 ELS공포에 잠못드는 대한민국

강세훈 2016. 1. 2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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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 직장인 오모씨(28·남)는 지난해 여름 만기가 돌아온 적금을 찾으러 은행에 들렀다가 주가연계증권(ELS)를 접했다. 1년 만기 적금 이자가 연 3%가 안되는데 비해 ELS는 연 6%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오씨가 처음 권유받은 상품은 유로스탁스50지수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였다. 유로스탁스50지수가 생소했던 오씨는 '어느 나라의 거래소에서 발행한 지수냐', '어떤 종목이 포함돼 있느냐'란 질문을 쏟아냈다.

'유럽 증시의 우량 기업에 투자되는 상품'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유럽 증시 불안 요인은 없느냐'란 질문엔 '주가가 설마 반토막 나겠느냐. ELS 판매를 시작한 이후 98%가 조기상환됐다. 원금손실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조건이 좋은건 금방 마감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걸 고르면 된다'고 아예 PC 화면을 들이밀었다. 머뭇거리자 사은품도 내밀었다. 오모씨는 설마 지수가 반토막이 나겠느냐는 생각에 상품가입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반 년만에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설마했던 홍콩H지수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오씨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너무 불안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중도 환매하는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만기가 많이 남았으니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증권사측의 답변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때문에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져서다.

작년 초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급기야 국민 재테크 상품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었다.지금은 '녹인', '손실', '헤지'란 단어가 먼저 검색된다. 특히 지난해 판매된 대부분의 ELS 중에 홍콩H지수 연계 상품의 비중이 높았던 만큼 대규모 원금손실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지난 21일 홍콩H지수가 7835.64까지 떨어지면서 원금손실(녹인·Knock-in)구간으로 들어간 홍콩H지수 연계 공모형 ELS가 522종, 1조5771억원으로 늘어났다. 22일 간신히 8000선을 회복했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5월 1만4962.74를 고점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ELS는 상품마다 조건이 다르지만 주가지수가 가입 시점의 40~50% 가량 떨어질 경우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 많다. 최근 8000선이 무너지면서 작년 초 발행 됐던 ELS들이 대거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다만 당장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 김학수 자본시장국장은 "일부 ELS 상품에 녹인(Knock-in)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투자자 손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지수가 회복하는 경우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발행된 H지수 ELS 발행량의 96.7%가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이때까지 H지수가 회복을 하면 손실이 아니라 오히려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3년짜리 ELS 만기가 몰리는 2년 뒤 시점까지 지수가 지금 수준에 계속 머무르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또한 상품에 따라서는 투자기간 중에 한 번 이라도 녹인 구간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면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공포가 확산하자 일선 증권사와 은행 창구에는 환매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은행 PB센터엔 중도해지 등을 묻는 투자자 질문공세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ELS를 직접 팔 수 없어 ELS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형태로 판매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목이 쉴 정도다. 하루에만 10통 넘게 전화를 받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H지수가 8000선 아래로 떨어지자 원금손실 여부를 묻는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투자자가 손실구간에 접어든 ELS를 환매하게 되면 원금에서 3~7%의 환매 수수료와 그동안 하락한 데 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ELS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ELS는 구조가 워낙 복잡해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기 쉽다. 투자자가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판매자도 상품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판매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ELS에 투자한 상당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령층이 퇴직금 등을 ELS에 투자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투자한 ELS 상품의 90%가 원금손실형인데다,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흐릿한 고령층이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실제 손실을 입게 될 경우 노후생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을 뿐더러 분쟁의 소지가 커져 사회문제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이점을 감안해 불완전판매 점검 강화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는 아직까지는 전면적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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