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80% "난 하위층"..40%는 은퇴뒤 빈곤층 전락 우려

입력 2015. 12. 2. 19:46 수정 2015. 12. 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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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월소득 374만원·집 1채·중형차 1대
70%는 1억원 안팎 빚 떠안고 있어
가족과의 시간 하루 100분 고작

‘월 374만원을 번다. 102㎡(31평)짜리 집 한 채와 중형차 한 대가 있다. 집 장만하느라 생긴 빚 빼고 재산은 2억3천만원이다. 6천원짜리 점심을 먹고, 하루 8.2시간 일한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 1시간40분이다. 취미 활동은 한달에 한번 정도다. 따로 모은 돈은 거의 없고, 노후는 쥐꼬리만한 국민연금에나 기댈까 한다. 이런 내가 중산층이냐고? 아닌 것 같은데….’

엔에이치(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중위소득의 50~150%(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87만~563만원)에 해당하는 11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드러난 중산층의 평균적 상태와 자기 인식이다. 이 연구소가 2일 낸 ‘2016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에는 지금도 팍팍할 뿐 아니라 언제라도 지위가 추락할 수 있는 중산층의 위태위태한 실태가 드러난다.

조사 대상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의 기준에 따라 중산층으로 분류되지만, 10명 중 8명은 스스로를 중산층이 아니라고 답했다. 79.1%가 자신은 ‘중산층 아래’라고 했고, 1.2%는 ‘중산층 위’라고 했다. 중산층이 맞다는 사람은 19.8%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스스로 중산층이 아니라는 사람이 많은 것은 우선 이상적인 중산층 모습과의 괴리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해 설문조사는 월소득 515만원에 순자산 6억6천만원을 통상적인 중산층의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팍팍한 생활 형편도 중산층의 자기 부정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70%가량이 채무를 떠안고 있고, 다수가 집(부동산 구입 53%, 전월세 보증금 16.4%) 때문에 빚을 졌다고 했다. 이들의 부채 규모는 1억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계층의 지난해 가구당 평균 부채는 6000만원가량이다. 남성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9.3시간, 연간 2325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멕시코(2228시간)보다 길다.

인생의 목적으로 ‘가정의 안녕’(40%)을 꼽은 이들이 가장 많지만 일에 치이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 1시간40분에 불과하다. 운동은 1주일에 평균 1.2회, 영화·공연 관람 같은 문화생활은 월 0.9회에 그친다. 보고서는 “기본적인 생활비 외에 자녀 교육비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여유로운 삶을 향유할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불만족스러운 중산층 지위조차 노후 대책 부실 때문에 추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은퇴 뒤 연금을 포함한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일 것이라는 응답자가 39.9%였다. 10명 중 4명은 은퇴 뒤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은퇴 뒤 80%의 소득대체율을 적용하면 월 106만1천~318만5천원이 들어와야 중산층의 삶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3층 연금’이라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에 모두 가입한 사람은 13.9%에 그친다. 연금을 쌓을 시간이 부족한 50대들 중에는 연금 소득이 50만원이 안 될 것이라는 이들이 44.5%에 이른다. 이 연령대의 60%는 노후 대비 금융자산이 3천만원 미만이라고 했다.

노후 준비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40.0%만이 그렇다고 했고, 나머지는 ‘안 한다’(48.7%)거나 ‘모른다’(11.3%)고 답했다. 보고서는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할 겨를이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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