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기업 부채, 글로벌 경제위기 뇌관되나

2015. 11. 2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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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 율 윤영숙 기자 = 신흥국 기업 부채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흥국의 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경제대국들이 대대적으로 돈을 풀면서 급격히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재개한다면 신흥국들이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흥국 기업들은 중국의 성장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이미 경제사정이 어려운 상태인데, 금리정상화까지 시작된다면 원리금 상환압박과 신용경색, 채무불이행 등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도 신흥국중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신흥국 기업부채 10년만에 5배로…5분의 1은 외채

22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분석대상 18개 신흥국의 가계·기업·정부 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8조달러(약 3경2천368조원) 증가해 이들 신흥국 경제규모의 2배에 육박한다.

특히 비금융 기업부채의 증가속도가 가장 빨랐다.

신흥국의 비금융 기업부채는 23조7천억 달러(약 2경7천397조원)로 10년동안 5배 이상 빠르게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2007년 4분기 60%에서 지난 1분기 89%로 급상승했다.

18개 신흥국 중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은 홍콩이 226%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중국(161%)과 싱가포르(142%), 한국(104%) 순이다.

신흥국 비금융 기업부채 중 외화부채 비율은 2007년 4분기 GDP 대비 12%에서 지난 1분기 16%로 늘어 전체 신흥국 기업부채 중 18%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신흥국 비금융 기업들의 달러부채는 1조달러(1천156조원)에서 2조7천억달러(3천121조원)로 급증했다. GDP 대비 신흥국 비금융 기업들의 달러부채 비율은 7.3%에서 12%까지 상승했다.

훙 트란 IIF 집행상무이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와 신흥국의 부채 수준이 사상 최고치로 상승해 우려된다"면서 "특히 신흥국의 비금융 기업부채가 두드러진 수준으로 짧은 기간 급속도의 부채축적은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제3의 물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신흥국에 제3 위기의 물결이 닥치고 있다"면서 "이는 원자재 시장의 붕괴와 신흥시장의 약세, 중국의 경기둔화의 신흥시장으로의 확산 등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브라질 채무불이행 속출…"6조달러 회수 우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신흥국 비금융 기업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난 배경에는 미국과 EU 일본이 양적완화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시중에 공급한 돈이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3차 양적완화를 거치면서 모두 2조9천억달러(3천352조원)를 시중에 풀었고, 일본은행은 1조9천억달러(2천196억원), 유럽중앙은행(ECB)는 6천억달러(693조9천억원), 영국은행(BOE)은 5천억달러(578조원) 등 모두 5조9천억달러(6천820조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국제금융시장에 급속도로 풀린 유동성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채권을 중심으로 신흥국에 들어왔다.

신흥국 기업들은 저리로 돈을 빌렸고 기업들이 캐리트레이드를 하는 경우도 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신흥국 정부의 해외채권 발행잔액은 2008년 말 대비 67%, 금융기관은 165%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비금융기업은 212% 증가했다. 선진국의 해외채권 발행잔액은 금융위기 이후 0.3%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신흥국은 142% 증가했다.

문제는 이제 금융위기 이후 냈던 3∼5년 만기 빚의 상환기일이 대대적으로 다가오는 와중에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재개로 선진국들의 유동성 회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IIF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 채권은 6천억달러(693조9천억원) 규모이며, 이중 850억달러(98조3천억원)는 외화표시채권이다. 국가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규모는 중국이 2천500억달러로 가장 많고, 한국(870억달러), 브라질(430억달러), 러시아(390억달러) 순이다.

신흥국 기업들은 중국의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선진국으로의 자본유출, 환율 상승, 채무상환 부담 증가, 나아가 채무불이행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미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는 기업들의 채무불이행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들어 지난 11일 중국산수수니집단(中國山水水泥集團; China Shanshui Cement Group)이 만기도래하는 채권 20억위안(3천616억원)을 못 갚는다고 선언하면서 법원에 청산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2020년 만기인 5억달러(5천777억원) 규모의 달러채도 부도로 처리된다.

중국에서는 지난 4월 바오딩톈웨이(保定天威)이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역내 채권에 대해 채무불이행 선언을 했고, 10월에는 중국중강집단공사(中國中鋼集團公司·시노스틸)가 2017년 채권에 대한 이자 20억위안을 갚지 못해 부도 처리되는 등 6개 기업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브라질에서도 기업들의 파산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침체에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정·재계 비리스캔들, 매출감소, 기업·개인 대출금리 인상, 헤알화 약세 등이 파산신청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브라질의 신용정보기관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기업들의 파산신청 건수는 97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691건보다 41.3% 늘어나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 한국 기업·가계 부채 모두 우려스러운 수준

우리나라의 기업·가계 부채 규모도 신흥국과 견주어보면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IIF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총부채는 경제규모의 3배를 넘어섰다.

한국의 정부·기업·가계부채는 2007년말 GDP대비 272%에서 올해 1분기 317%로 45%포인트 상승했다.

상승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정부부채였다. 한국의 정부부채는 2007년말 GDP대비 24%에서 올해 1분기 41%까지 상승했다.

비금융기업 부채는 같은 기간에서 91%에서 106%로 올라갔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빠르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그 총량이 18개 신흥국 중 가장 높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84%로 조사대상 18개 신흥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의 GDP 대비 금융기업 부채도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86%까지 상승했다.

18개 신흥국 중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중국(2천500억달러)에 이어 한국(870억달러)이다. 18개 신흥국 중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한국이 210억달러로 가장 많다. 중국(90억달러), 브라질(90억달러), 멕시코(70억달러) 보다 많다.

훙 트란 IIF 집행상무이사는 "한국 비금융 기업은 보유중인 부채의 수준이 높은데다 12%는 외채여서 금리인상과 원화약세, 경기둔화와 동반되면 기업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 가계부채가 신흥국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우려할만한 부분"이라며 "미국 금리인상 재개는 한국에서 자본유출, 대출금리 인상, 주가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부채의 부실화를 불러와 경제성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비교했을 때 기업부채와 가계부채가 증가속도나 총량 면에서 모두 높은 편"이라며 "이는 부담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연착륙을 고민하고, 저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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