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퍼부은 4대강..올해 물 활용 고작 0.002%

2015. 11. 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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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대강과 가뭄
(상) 왜 무용지물 됐나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현재까지 확보한 물은 8억4640만톤가량이나, 이 가운데 올해 활용한 양은 0.002%인 1만9850톤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처럼 활용률이 극히 낮은 것은 보의 위치가 부적절하고, 송수관로가 없으며, 수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모두 12억6천만톤의 물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6개 보 건설과 준설로 8억톤, 3개 댐에 2억1천만톤, 93개 저수지에 2억5천만톤 등이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이 규모는 각각 7억2천만톤, 2억4천만톤, 2억1천만톤 등 모두 11억7천만톤으로 줄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지금까지 실제로 확보된 수량은 보·준설 7억2천만톤과 3개 댐 40만톤, 93개 저수지 1억2600만톤 등 8억4640만톤 정도다. 3개 댐 가운데 영주댐이 아직 완공되지 않았고, 보현산댐의 저수량은 40만톤이며, 안동~임하댐 연결 수로는 새로 확보되는 물이 없기 때문이다. 93개 저수지는 현재 저수율이 46%(9660만톤), 평균 저수율은 60%(1억2600만톤) 정도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박근혜 정부의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014년 12월 4대강 보의 사용 가능 수량이 3억9870만톤, 공급 가능 수량은 1억3200만톤이라고 밝혔다. 보에 저장한 물은 취수시설 탓에 일정한 수위 이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다 물 공급 시설을 마련하지 않아 본류 주변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① 보 위치, 가뭄지역과 멀고
② 송수관로 없고
③ 물 더러워 2차례 정수 필요
‘3대 걸림돌’ 탓 제대로 못써

4대강 보의 물을 활용한 실적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올해 가뭄에 4대강 보의 물을 1만9850톤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356대의 물차를 이용해 한강과 금강, 영산강, 낙동강의 보에서 1만7145톤을 담아와 가뭄 지역에 공급했고, 한강의 강천보에서 양수기를 이용해 1150톤을 공급한 것이 전부다. 이번 가뭄에 16개 4대강 보에서 활용한 물이 확보한 수량의 0.002%, 사용 가능 수량의 0.005%, 공급 가능 수량의 0.015%에 그친 것이다.

이처럼 4대강 물 활용 실적이 극히 저조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4대강 보의 위치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도 “보의 위치 선정 기준과 과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체 16개 보 가운데 물 부족 지역에 건설된 보는 낙동강의 4개, 영산강 2개 등 6곳에 불과하다. 이번에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보령댐 일대는 4대강 사업 대상도 아니다.

둘째는 4대강 사업 때 확보된 물을 활용하려면 이번에 보령댐 쪽에 설치하려는 ‘도수로’와 같은 시설을 마련해야 하나 애초부터 그런 계획이 없었다.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보에 확보된 물을 본류 이외의 가뭄 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설물 계획이 없다. (물을 활용하려면) 송수관로 등 시설물 설치 계획이 필요하며, 거리·경제성·수리권 등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이 가뭄 대비용과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수질도 문제가 된다. 보를 설치한 4대강 지역은 대부분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나 조류밀도(chl-a)가 높아졌기 때문에 생활용수로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보령댐으로 보내는 백제보 하류의 물은 생화학적산소요구량이 2등급, 화학적산소요구량은 4등급이어서 생활용수로 쓰려면 두차례나 사전 정수를 해야 한다.

‘4대강 물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연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부터 내년 10월까지 4대강 수자원의 활용 방안 연구를 수자원공사에 맡겼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7월부터 내년 5월까지 4대강 보의 수자원을 활용한 농업용수 공급 방안을 농어촌공사에 의뢰했다.

허재영 대전대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했으니 필요하면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사업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가 사업을 벌이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러면 4대강 사업은 또다른 악순환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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