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꺼낸 내수카드.. 2016년 1분기 소비절벽 우려

2015. 11. 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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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데백화점은 지난달 중순 백화점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열었다. 유통업체들이 동원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자동차 및 대형가전 개별소비세 인하 등에 힘입어 국내소비가 회복됐지만 정부가 주요 정책수단을 다 써버려 내년에는
소비가 다시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정부는 3분기(7∼9월)에 이어 4분기(10∼12월)에도 내수 살리기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살아날 기미가 없고 내수만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를 보이자 내년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초부터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소비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3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8∼1.0%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3분기 성장률(1.2%)의 70∼8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단 소비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액(31조1310억 원)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작년 1월(6.0%)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여기에는 7월 말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도 한몫했다. 정부는 4분기에도 7조7000억 원의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소비와 투자를 1조4000억 원 이상 확대하는 내수 진작 방안을 이미 내놨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당장의 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장률 회복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추경과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떨어지면 성장률이 둔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국가채무가 40.1%로 처음으로 40%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작정 재정을 쏟아 부어 경기를 부양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언제까지 재정을 쏟아 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언한 ‘올해 경제성장률 3%대’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마중물을 부어 내수가 자연스레 살아나면 다행이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들은 자동차 및 대형가전의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실시와 같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총선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수단을 앞당겨 쓰는 바람에 내년 초 소비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카드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추가 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그나마 남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수 진작에만 집중해 급감하고 있는 수출에 대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 내수 진작책은 매월 쏟아지고 있지만 수출 대책은 7월에 나온 ‘수출경쟁력 강화 대책’이 마지막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수출 대책을 지금 세워도 그 효과는 1, 2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정부가 최근의 수출 부진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절벽과 수출 부진이 맞물릴 경우 정부가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3.3%도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조동근 교수는 “성장률을 맞추기 위해 내수에만 집중한다면 나중에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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