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자활성화 대책]전국 산 꼭대기 깎아 대규모 개발 허용 '대기업 숙원 해결'

박병률 기자 2015. 7. 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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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이상 개발 가능..부담금 감면, 건폐·용적률 완화환경평가도 '규제완화 취지 고려' 단서 달아 '유명무실'

정부는 9일 내놓은 투자활성화 방안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외국인관광객 감소 대책의 하나로 전국 산 70% 정상에 골프장과 호텔, 온천, 레스토랑, 놀이시설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산악규제 완화는 대기업들의 숙원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해온 산악개발을 위한 규제완화 요구의 핵심을 ‘메르스 사태’를 틈타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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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지난달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산악규제를 풀면 일자리 18만개가 생긴다”며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덩어리 규제를 일괄 해소하기 위해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경련은 지난달 28일에도 정부에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입은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산악개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건의하는 등 집요한 로비를 펼쳐왔다. 전경련은 지난해 8월에는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허용을 관철시켰다.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지 한달이 안돼 재계에 준 선물이었다. 재계는 전략적으로 한발씩 산악환경 보호장치를 제거해왔다.

이번 조치로 대기업은 보전산지, 요존국유림(생태계보전, 상수원보호 등 공익상 보전할 필요가 있는 국유림), 산림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완충구역 등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대기업이 이를 탐낸 것은 경관이 뛰어나 상업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표고 50% 이상, 평균경사도 25도 이상의 지역에서도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표고 50% 이상은 산 중턱부터 산 정상까지를 말한다. 절벽이나 벼랑 등 일출·일몰을 볼 수 있는 절경에 호텔을 짓겠다는 의미다. 물론 대기업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개발은 대규모 사업자만이 가능하다. 3만㎡ 이상을 개발하는 사업자만이 ‘산악관광진흥구역’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는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하지만 ‘산악관광진흥구역 도입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녹색연합 배보람 정책팀장은 “사실상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향후 진흥구역이 지정돼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특혜는 또 있다. 사업자는 개발부담금, 대체초지조성비, 농지보전부담금, 대체산림조성비 등을 감면받는다. 또 지구단위 계획이 수립되면 건폐율을 1.5배, 용적률을 2배까지 완화해주기로 했다. 주변에서 펜션이나 관광농원을 운영하는 영세사업자들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특혜를 부여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대규모 개발만 허용하는 데 대해 “난개발을 우려해서”라고 설명했다. “인구감소로 사람들이 산에 많이 가지 않으면서 산길이 사라지는 등 산이 되레 황폐해져 사람이 많이 찾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같은 이유로 그린벨트와 해상공원의 규제도 앞서 풀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정책국장은 “정경유착을 통한 특혜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대기업 외에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요구사항을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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