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위치추적 장치 달자는 의원님

우제윤,오신혜 입력 2015. 6. 24. 17:20 수정 2015. 6. 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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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채우는 위치추적 장치를?..환자들 오해받을 수 있어 인권침해감염 사망자 시신 압수하겠다?..감염자에게 책임 떠넘겨 규제 과도오염지역을 인근 지역으로 확대?..우려 있는 지역 특정하기 불가능

◆ 레이더 P 황당한 법 만드는 국회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면서 한국이 사실상 국가적 재난 사태에 빠졌다. 모든 국가기관이 메르스 사태 종식을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상황에서 국회가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달자는 내용의 법안을 심의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별 의원들이 인권에 대한 고려나 명확한 기준 없이 많은 예산을 요구하는 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 발의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전염병 감염 의심자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광역•기초단체장은 무단으로 격리 장소를 이탈하거나 이동하는 등 감염 전파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감염병 관리시설에 즉시 격리하거나 격리 기간에 위치 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자가격리 중인 감염 의심자가 자가를 벗어났는지 감시하고 혹시 벗어났다면 그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의원 법안에는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시신을 압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장례 방법을 유가족 의사와 다르게 제한하고 이에 불응하면 시신을 압수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자장치 부착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란 주장도 있다. 2003년 싱가포르에서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급속히 퍼지자 고촉통 당시 총리가 "자가격리를 어기면 전자발찌를 채우겠다"는 담화까지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전염병 감염이 의심된다고 해서 도덕적•사회적 지탄 대상이 되는 성범죄자처럼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면 환자들이 성폭력범으로 오해받는 등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 이 법안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자장치 부착이 감염 의심자를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데 효과적 수단인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반대 의견을 밝혔다"며 "원칙적으로 자가격리 대신 시설격리가 우선인데 국가가 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자가격리를 당한 사람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단다는 것은 국가 방역망이 뚫린 책임을 모두 감염자에게만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문제점을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까지 하는 건 과도한 규제 아닌가 싶다"며 "주로 성폭력 범죄자들에게 사용하는 위치추적 장치를 환자에게 쓰는 게 적절할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명확한 재정 추계 없이 상당한 규모의 국가예산을 요구하는 법안이 다수 제출돼 있는 것도 문제다.

감염병 확산 가능성 때문에 격리된 이들과 의료기관에 대한 경제적 지원 의무를 규정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김용익(새정치민주연합)•김성태(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안은 감염병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유무형 손실'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유무형 피해'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의료기관의 간접 피해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다하다면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감염병법 중 '국립감염병원'(가칭)을 국가와 시도지사가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한 내용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수반 사항이기에 예산당국의 적극적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검역법' 개정안 중 감염병 환자가 발생한 '오염지역'을 추후 감염병 발생 우려가 있는 인근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에 대해 복지부는 "감염병 발생 우려가 있는 지역을 특정하기 어렵고, 발생하지 않은 국가를 오염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해당 국가와의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자가격리 치료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아예 자가 치료를 없애고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별도 시설에 격리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감염 위험이 높지 않은 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함께 격리하게 되면 오히려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우제윤 기자 /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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