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원식당 앞에 카메라를 설치한 현대기아차
19일 오전 서울 양재동의 현대기아차 사옥 지하 1층 구내식당. 점심 식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11시50분 식당으로 향하는 계단에 디지털 카메라가 설치됐다. 카메라 옆 안내 표지판에는 '근무시간 준수와 기초 질서 지키기는 그룹 위상을 높이는 초석이 됩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식당 입구 앞에도 마찬가지로 카메라가 설치됐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엔화와 유로화 약세, 수입차의 공세로 국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은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중 하나가 '12시 이전 점심 식사 금지'다. 이를 지키지 않는 직원들을 색출하기 위해 식당 앞에 감시카메라까지 동원한 것이다.
아침이면 끼니를 때우거나 동료와 커피를 마시려는 직원들로 북적이던 1층 커피숍 'H라운지'도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이곳은 평소 정몽구 회장이 출근하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영업을 했지만 최근 들어 오전 7시50분부터 9시까지 불을 끄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도 '사옥내 기초질서 확보와 업무 시작 시간 준수를 위해 영업시간을 일부 조정한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세워졌다.
회사 측은 직원들이 근무에 충실하자는 뜻에서 식당과 커피숍 이용 시간 지키기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업무 집중도가 높은 시간대에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집중 근무 시간제'와 비슷하다.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지키고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회사 측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일찍 점심을 먹으러 가는 직원 모두를 일을 하지 않는 사람 취급하고 카메라까지 설치해 감시하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 안팎에서 현대차그룹의 기업 문화를 '군대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식당과 커피숍 이용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가 의문이 든다. 경영진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솔직한 토론을 했다면, 점심시간 식당 이용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부서별로 식사 시간을 달리 하는 등의 탄력적이고 조직원이 공감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글로벌 5위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의 본사는 이달초 한국을 방문한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항상 외부 시선에 노출된 공간이다. 회사를 찾은 해외 귀빈과 바이어들이 식당 앞에 설치된 카메라의 정체를 묻는다면 뭐라고 설명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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