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진정성 없는 3가지 이유

김종철 2015. 6. 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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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사장단에 이어 사과했지만 시기와 내용·방법 아쉬워

[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5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지난 삼성그룹 사장단에 이은 두 번째 사과다.

19일 삼성은 전날인 18일 밤 이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돼 죄송하다"면서 "최대한 사태를 빨리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5층 병원 상황실로 자리를 옮긴 이 부회장은 의료진으로부터 현황을 보고 받은 자리에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를 끝까지 책임지고 빨리 해결하자"고 당부했다. 16층 격리병동에서 간호사들과 대화를 나눈 내용도 나왔다. 이 부회장이 간호사들로부터 애로사항 등을 듣고 격려했다는 것. 이 같은 내용은 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된 내용이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삼성 사장단이 사장단협의회를 마치고 난 후, 메르스 사태에 대해 언급한 사실도 공개됐다. 협의회에 참석한 사장단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송구하기 그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삼성 측은 밝혔다.

[사과의 시기]병원 폐쇄 닷새 후 발언

이 같은 삼성 최고위층의 연이은 사과에도 진정성을 느끼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사과가 너무 늦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달 초 14번째 메르스 환자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2차 확산의 진원지로 꼽혔다. 삼성서울병원을 통한 2차, 3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더욱 커졌다. 결국 지난 13일 밤 삼성서울병원은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부분폐쇄' 결정을 내렸다.

같은 날 이 부회장은 중국서 온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물론 메르스 사태에 대한 별다른 언급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새로 이사장 자리에 오른 것.

게다가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의 실질적인 주인이다. 결국 병원 운영의 책임자인 이 부회장의 사과가 병원이 폐쇄된 지 닷새 후인 18일 나왔고, 그 사실이 다음 날인 19일에 알려진 것이다.

[사과의 내용]누구에게 뒤늦은 사과인가

두 번째는 사과의 내용이다. 뒤늦게 알려진 이 부회장의 사과 내용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 부회장은 메르스가 확산돼 죄송하다고 했을 뿐, 정작 누구에게 죄송하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18일 밤에 찾아간 의료진을 향해 죄송하다는 것인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

삼성 사장단 사과도 마찬가지다. 미래전략실에선 사장단 회의 참석자라는 이름으로 '참담하다'는 말만 전달했을 뿐이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을 비롯해 그룹 최고위층 인사들이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 역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과의 방법]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대리

마지막으로 사과의 전달 방법이다. 온 국민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이번 사태에 대해 정작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공개적으로 나서 사과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삼성이 대국민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지난 14일 송재훈 병원장과 의료진 등이 나와 회견장에서 고개를 숙인 것이 유일하다.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 사장단 등 그룹 최고위층은 국민 앞에 나서지 않았다. 미래전략실이 이들의 간접적인 사과 표명만 전달했을 뿐이다. 뒤늦은 사과와 진정성 없는 내용 그리고 '대리' 사과까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가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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