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땐 근로자 46%가 연봉 2508만원

김기찬 입력 2015. 6. 17. 00:47 수정 2015. 6. 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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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분석 보고서중소기업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성과 연동 임금체계 무너뜨릴 것""너무 올라 일자리 잃으면 곤란"근로자 56% 한자릿 수 인상 원해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12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소기업주들은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면 회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하고, 근로자들은 “인상은 원하지만 일자리가 없어지면 안 된다”며 걱정한다. [중앙포토]

이달 29일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노사 양측이 인상폭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과 노동계,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시급 1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시급 5580원)보다 79.2% 올리자는 얘기다. 그래야 소득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올리더라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초 제시한 임금가이드라인 수준(1.6%)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년 7%대의 고공 인상으로 기업경영에 부담이 빚어지고, 이로 인해 실업자가 양산된다는 주장을 편다. 노사 양측은 18일 5차 전원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요구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가 3건의 최저임금보고서를 냈다. 임금실태 분석보고서와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현장실태조사 보고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액수별로 얼마나 많은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받게 되는지, 근로자나 사용자가 원하는 인상폭은 어느 정도인지,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야당이나 노동계의 주장대로 시급 1만원이 되면 근로자 두 명 중 한 명 꼴인 46.1%가 최저임금을 받게 된다. 월급으로 따지면 209만원, 연봉은 2508만원이다. 여기에 휴일근무나 연장근로가 더해지면 연 3000만원대가 최저임금이 된다. 영세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도한 인상은 생산성이나 성과에 연동하는 임금체계를 유명무실하게 하고 임금의 평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금실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4% 오른 시간당 7000원만 돼도 근로자 4명 중 한 명은 최저임금 대상자가 된다. 현재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4.6%다. 경영계 주장대로 동결하면 최저임금 적용대상 근로자는 12.8%로 1.8% 포인트 떨어진다. 1.6% 인상(5670원)해도 13.3%로 적용률이 떨어진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의 비율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려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6.5~7.8% 오른 시급 5940~6015원이 돼야 한다.

 외국은 대체로 한 자릿수 적용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말 그대로 혼자 사는 근로자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고의 복지국가로 평가받는 네덜란드가 6.2%이고, 영국이 5.3%, 일본이 7.4%다. 전통적으로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적용률을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도 10.8%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의 봉급을 받는 근로자들은 노동계의 주장과 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56.3%가 한자릿 수 인상을 원했다. 3~6% 미만(시급 5750~5910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근로자가 2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9~12%, 6~9% 인상 순이었다. 3% 미만이나 동결을 주장하는 근로자도 13.6%에 달했다. 15%(시급 6415원) 이상 오르기를 원하는 근로자는 14%였다.

 많이 오르면 좋을 텐데 근로자들이 야당이나 노동계와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가 뭘까. 최저임금위원들이 올해 5월 전국의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현장 실태조사를 한 결과 보고서에 그 답이 있다. 근로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생계비로 부족하다는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도 고려해서 정해야 한다”(광주의 자동차부품업체 근로자), “가파른 인상률 때문에 일자리를 잃으면 곤란하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회사의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면 동료와 일을 나눠 같이 가는 것이 맞다”(부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근로자), “사업주의 지불 능력과 근로자의 일자리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서울의 건축용 실리콘 제조업체 근로자)는 반응이다.

 사업주도 근로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의 섬유업체 관계자는 “제조원가의 50%가 인건비일 정도로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다”며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미 면방업체 19개사 가운데 3개사가 폐쇄되고, 올해 안에 6개사가 베트남으로 추가이전한다는 업계 동향까지 곁들여서다. 부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이상 받는 근로자의 임금을 낮출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속이나 생산성과 관계없이 근로자 임금의 하향평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전국의 고용노동관서에 근무하는 근로감독관도 고충을 털어놨다. 한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대부분이 편의점이나 PC방이다. 생계형 근로보다 용돈을 벌려는 대학생이나 연소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이 퇴사한 뒤 신고를 한다. 이러다 보니 사업주는 처벌받더라도 차액을 안주겠다며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실태를 꼬집었다. 최저임금이 단신근로자의 생계비라는 본래의 의미 대신 알바비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18세 이하 연소자에 대해서는 감액적용하는 것이 실질적”이라며 “형사처벌보다 경제적 제재가 더 유효하다. 형사입건이 실효성이 있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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