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회장의 작심발언.."중국, 법과 약속 잘 지켜야"

서양원,설진훈,허연,정혁훈,박만원,정욱,김대기,이기창,김규식,조성호,나현준 2015. 5. 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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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조연설에서 이례적으로 쓴소리..중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현실 꼬집어아시아, 하나의 커뮤니티..中과도 협력문화도 기술..서부서 대형공연·오디션

◆ 세계지식포럼 청두 ◆

이수만 SM엔터 회장이 21일 한·중 문화교류 활성화와 한류 발전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청두 = 이충우 기자]
"중국이 대국이 되려면 '범세계적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 '한중고위기업가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작심한 듯 중국에 쓴소리를 던져 화제다.

이수만 회장은 21일 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1위 국가로 발돋움하려면 자국의 법과 다른 나라의 법을 존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간린 쓰촨성 부성장을 비롯한 중국 주요 인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10여 분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공식적인 자리인 데다 비즈니스 상대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그의 평소 성향을 생각하면 '법과 약속을 지키라'는 취지의 일갈(一喝)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 회장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불과 30여 년 만에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고 전제하면서 중국이 20세기 산업혁명 이전의 지위를 회복하고 있는 점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그는 "세계 1위 국가 지위를 실현하는 일이야말로 중국과 중국인들의 꿈인, 바로 '중국몽(中國夢)'일 것"이라며 "1위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문화에서도 1위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강조한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의한 통치)'이란 문구를 인용하면서 "'법과 계약을 중시하는 문화'가 중국몽 실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도덕적 불량 행위 △위법 및 불법 사례 △계약 위반 등을 꼽으며, 이를 사법 공조, 민관 협력을 통해 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속과 신뢰를 지켜야 중국이 진짜 '제국'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중국시장 진출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SM의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 사례가 한·중 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M의 남성그룹 '엑소(EXO)' 문제다. 중국인 멤버 4명을 포함한 12인조로 2012년 데뷔한 엑소는 지난해부터 중국인 멤버들이 잇달아 무단으로 팀을 이탈하면서 10인조로 재편됐다. 크리스(본명 우이판·25)와 루한(25)은 엑소 활동으로 얻게 된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국 쪽 회사와 손잡고 독자 활동을 하겠다며 SM을 떠났다.

전날 기조연설을 했던 왕창톈 광셴미디어 회장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왕 회장은 연설에서 "중국에선 유명해지면 스스로 소속사를 만들기 때문에 기존 매니지먼트사와의 관계가 끊어지기 쉽고, 중국 업계에선 약속을 종잇장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다"며 "앞으로도 가수나 배우들이 (기존 회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는 계속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셴미디어는 중국 최대 민영 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이다.

이수만 회장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창안한 '버추얼네이션(virtual nation·전 세계가 동일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모인 커뮤니티)' 개념을 제시하면서 "아시아의 문화는 미국·유럽과는 다르나 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아시아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결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전 세계는 대륙 간 경쟁이 심화돼 결국 아시아·미국·유럽 3개 지역 간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한·중 양국은 '원아시아 원드림(One Asia, One Dream)'의 기치를 바탕으로 세계 1위가 될 수 있도록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문화는 기술(Culture Technology)이라는 게 이 회장의 오랜 지론이다. 스타 발굴·육성·매니지먼트·프로듀싱·프로모션 등 문화 콘텐츠 관련 모든 요소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을 수 있는 노하우다. IT나 BT 산업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SM은 CT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SM은 CT를 중국에 전수하고 교류해 중국이 최고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따른 중서부 지역 개발에 발맞춰 이 지역에서 대형 공연과 오디션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중국 중서부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에게도 중국의 스타, 나아가 아시아 및 전 세계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며 "청두·시안을 비롯한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도시들에서 대규모 SM타운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 서양원 부국장 / 설진훈 부장 / 허연 부장 / 정혁훈 차장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정욱 기자 / 김대기 기자 / 이기창 기자 / 김규식 기자 / 조성호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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