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각자 힘내' vs LG '한데 뭉쳐'

2015. 4. 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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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차세대 먹거리' 자동차 시장서 또 한차례 격돌

수십년간 경쟁을 펼쳤던 삼성과 엘지(LG)가 자동차 시장에서 다시 맞붙고 있다. 두 그룹은 전자뿐 아니라 화학, 금융, 광고 등 많은 분야에서 감정적 대립을 마다하지 않고 시장 우위를 다투어왔다. 최근엔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등으로 자동차 산업이 질적인 변환을 예고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자 두 그룹은 다시 한번 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한데 뭉쳐" 엘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응이 늦었던 엘지그룹은 차세대 먹을거리로 일찌감치 자동차 분야를 지목했다. 2000년 후반에 그룹의 시너지팀이 자동차 시장을 총괄하며 계열사마다 전문 분야를 육성하도록 했다. 엘지전자는 2013년 엘지씨엔에스의 자회사 '브이-이엔에스'(V-ENS)를 합병해 자동차부품(VC) 사업부문을 새로 출범시켰다. 덕분에 내비게이션 등 차량용 부품과 전기차 배터리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매를 얻기 시작했다. 최근 인도 타타그룹에 자동차 후미등과 신모델 금형 등을 공급하게 된 것도 대표적 성과다. 29일 엘지전자 기업설명회에서 자동차부품 사업부문 실적을 처음 공개하기로 한 것도 이런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엘지전자만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등을 공급하는 엘지화학, 차량용 카메라와 센서 등을 생산하는 엘지이노텍, 차량용 계기판을 생산하는 엘지디스플레이 등이 엘지전자를 필두로 협업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 엘지디스플레이가 내비게이션 화면을 생산하면 엘지전자가 이를 공급받아 내비게이션을 생산하고, 엘지화학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면 이를 묶어 엘지전자가 팩으로 만들어 시장 개척에 나서는 식이다. 이밖에 엘지하우시스도 차량용 내장재를 생산·공급하고 있고, 엘지씨엔에스는 카셰어링, 전기차 충전소 등의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애초 엘지화학은 2005년 실무진이 적자 사업 포기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구본무 엘지 회장은 "칼을 뺐으면 휘둘러는 봐야지"라며 사업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결국 엘지화학은 중대형 전지와 전기차 배터리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고 이는 자동차부품 사업 확대로 이어졌다. 엘지 관계자는 "계열사 한쪽에서 부품을 만들어 건네면 다른 회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모듈을 생산하는 방식은 그룹의 전통인 '인화단결'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 "각자 힘내" 삼성

스마트폰 강자로 군림하며 급격히 성장한 삼성은 전기차 등 자동차 시장에 상대적으로 뒤늦게 뛰어든 모양새다. 삼성은 1990년대에 한 차례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뒤 한동안 관련 시장에 참여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삼성에스디아이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외국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새로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오는 10월 중국 시안에 연간 전기차 4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한다. 시장점유율은 5.3%로 엘지화학(36.1%)에 견줘 뒤지지만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일모직의 케미칼사업부를 인수해 자동차 내장재도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도 자동차부품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우디 콘셉트카의 계기판 화면을 공급하는 등 시장 탐색에 나섰고, 삼성전기 역시 후방 카메라와 전기차 부품 시장에 진입하려고 지난해 말 신사업추진팀을 만들었다. 특히 삼성전자도 사실상 자동차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인 세아트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기술 솔루션 개발에 합의했다.

하지만 엘지와는 달리 계열사가 저마다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관련) 투자, 생산 등의 로드맵은 살펴보지만 전체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엘지의 자동차 관련 매출은 3조원이 넘어 자동차부품 시장에 확고한 위치를 잡았고, 삼성 역시 전기차 배터리 등을 시작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다"며 "자동차 부품에서 전자 부품은 40% 수준인데 향후 70%까지 늘어날 것이고, 자동차 사업의 수익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은 30%나 되기 때문에 전자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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