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금도 안 줄여주면서 "아이 더 낳으라"는 정부

조미덥 기자 2015. 4. 2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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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소 폭 OECD국 '최하위'
2자녀, 독신보다 2.5%P만 낮아
독일·체코 등은 15%P 이상 차이

한국에선 근로자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독신일 때보다 세금 부담이 거의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었다.

20일 OECD가 내놓은 '2015 임금과세(Taxing wages)'에서 34개 회원국 근로자의 실질 세부담(소득세+사회보험료)을 가족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결혼해 외벌이로 자녀 둘을 키우는 근로자(이하 출산 근로자)의 실질 세부담은 세전 소득의 1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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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없이 독신인 근로자(21.5%)보다 2.5%포인트 낮았다. 실질 세부담은 회사가 지출한 총임금에서 근로소득세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근로자 부담+회사 부담)로 얼마를 떼가는지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독신 근로자는 평균 5만1466달러(약 5562만원)를 총임금으로 받아서 1196만원(21.5%)을 실질 세부담으로 지불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출산 근로자가 26.9%, 독신 근로자가 36%로 차이가 9.1%포인트에 이르렀다. OECD는 보고서에서 "많은 국가들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자녀를 둔 가족에게 세금과 보험료 혜택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OECD 34개 회원국 중 28개국이 출산 근로자에게 한국보다 많은 세제 혜택을 주고 있었다. 특히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겪었던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에서 출산 근로자에 대한 혜택이 두드러졌다. 룩셈부르크와 독일, 체코 등은 둘의 실질 세부담 차이가 15%포인트 이상 났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덴마크도 차이가 10%포인트 넘었고 프랑스, 일본, 스웨덴 등도 5%포인트 이상 났다. 한국보다 출산 혜택이 작은 국가는 칠레와 멕시코, 터키, 이스라엘밖에 없었다. 파산 위기에 처한 그리스는 자녀를 낳으면 오히려 실질 세부담이 높아지는 유일한 국가였다.

한국은 지난해 부부당 출산율이 1.21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지금 추세라면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어들고 64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 대비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출산 근로자의 실질 세부담이 독신 근로자보다 빠르게 늘었다. 출산 근로자의 실질 세부담은 2013년 18.8%에서 지난해 19%로 0.2%포인트 증가한 반면 독신 근로자는 21.4%에서 21.5%로 0.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의 실질 세부담은 전반적으로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었다. 특히 독신 근로자를 기준으로 한국보다 실질 세부담이 낮은 나라는 이스라엘, 멕시코, 뉴질랜드, 칠레뿐이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근로자와 회사가 함께 내는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높여서 국민들이 노후에 안정적으로 대비토록 하고, 동시에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 공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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