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직무능력 중심 채용 확대..문제는 없나

2015. 3. 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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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훈련 비용 절감 기대..취업준비생 혼란 우려

구직·훈련 비용 절감 기대…취업준비생 혼란 우려

(세종=연합뉴스) 이상원 차지연 기자 =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스펙보다 직무 능력이 우선되는 채용 시스템 확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직무와 크게 관계없는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우선해 인력을 뽑는 채용을 확산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구직자가 과도한 스펙을 쌓는 데 들이는 비용과 기업이 신입 직원에게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새로 교육하는 데 소용되는 비용을 줄여 사회적 낭비를 막고 배경보다 능력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스펙쌓기에 4천만원…신입사원 재교육에 6천만원

청년 구직자들은 취업을 위해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점, 토익, 각종 공모 대회, 해외 봉사 등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일부 구직자들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취업을 미루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가 스펙을 쌓는데 등록금을 포함해 1인당 4천269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비용을 지출하고 힘겹게 취업에 성공하지만 실무 경험 부족 등으로 직장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업도 애로가 많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이력서의 화려한 스펙을 보고 채용했지만 업무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사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기간 및 비용은 19.5개월과 6천88만원에 달했다.

◇ 구직자·기업 비용 감소…학벌 병폐 해소 기대

정부는 구직자나 기업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학벌이나 스펙 위주의 채용 시스템대신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려고 지난해 말 국가직무능력표준(NCS :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도입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 등의 직무 관련 능력을 국가가 표준화한 것으로 정부는 799개 직무에 대한 표준을 만들었다. 직업과 직무마다 필요한 능력들을 표준화한 것이다.

기업들은 이를 신입사원 채용에서부터 부서 배치, 승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NCS가 도입돼 정착되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구직자는 과도한 스펙 쌓기에 들어가는 돈을 줄일 수 있고 기업도 신입 사원 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병폐로 지목되는 학력·학벌 우선 경향도 줄일 수 있다. 학력이나 학벌에 관계없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갖추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학의 전공 교육도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이론 위주에서 이론과 현장 실습이 병행되는 취업 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기업·입사자 반응 긍정적…민간도 도입

직무능력 중심 채용을 도입한 공기업과 입사자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 직무능력 채용을 시범 도입한 서부발전의 인사 담당자는 "기존에는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에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NCS 채용 이후에는 필요한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할 할 수 있게 돼 비용을 많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허수 지원자도 많이 줄어서 채용과정의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NCS 채용으로 대한지적공사에 입사한 한 신입사원은 "NCS 채용이 도입되기 전에 대한지적공사에 두 번이나 지원했고 지적기사 자격증도 있었지만 스펙이 부족해서인지 매번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신입사원은 "하지만, NCS 채용이 도입된 이후 과거 측량분야에서의 경험으로 직무능력을 인정받아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에서도 직무능력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등 20여개 기업이 NCS 기반의 직무분석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대졸자 공채에서 외국어 성적, 해외 연수, 수상 경력 등 스펙 관련 항목을 입사지원서 입력란에서 모두 없앴다. 스펙보다는 직무역량 평가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올해 민간기업의 상반기 공채 화두는 스펙 초월과 직무 능력 강화라고 취업전문기관들은 분석했다.

정부는 NCS 기반 채용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하고 민간으로의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제2의 스펙 경쟁' 우려도

정부의 기대와 달리 취업에 필요한 '제2의 스펙'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직무관련성이 높은 경력과 업무역량 등을 위주로 평가가 이뤄지게 되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해당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NCS가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하면 '정보전'이 벌어져 관련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취업준비생이 개인 비용을 들여 NCS 맞춤형 스펙을 쌓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영어 성적이나 인턴 경험 등 기존의 스펙들이 채용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직무 경험 등을 우대하다 보면 경력자에 비해 사회로 갓 나온 신규 취업준비생이 불리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NCS를 통한 직군, 직렬, 직종 등의 세분화로 취업준비생의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자신의 전공과는 크게 상관없이 동시에 여러 회사에 대한 입사를 준비하는 한국의 취업 시장 특성상 취업준비생이 NCS에 맞춰 한 곳에만 '올인' 하다 보면 취업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

민간기업으로의 확산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대규모 일반공채를 진행하는 대기업에서는 직위·직무별 채용에 적합한 NCS를 도입하기 쉽지 않고, 직무중심 인력관리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활용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NCS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짧은 기간에 만들어져 제대로 검증되지 못해서 산업현장에 바로 도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면밀한 검토와 평가를 거치지 않고 섣불리 도입하다간 좌초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강순희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준비가 잘 돼 있지 않다는 우려가 있지만 도입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도입하면 직·간접적으로 이익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봉환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정부는 직무능력중심 채용계획을 상세히 안내하고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권역별 채용설명회를 개최해 취업준비생의 혼란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고용센터에서 운영 중인 청년 취업역량 프로그램, 청년 인턴 등을 통해 직무경험 기회와 구직역량도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공공기관이 NCS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과 인사담당자 교육 등 제도적 기반 마련과 다각적 지원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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