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옮기면 파격할인".. 무용지물 단통법

김경희 기자 2015. 3. 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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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보조금 여전.. 미래부도 "불법행위 사실" 인정

#. 스마트폰을 분실한 직장인 A(여ㆍ27)씨. 그는 새 휴대폰을 사려고 집 인근의 휴대폰 판매점을 찾았다. 판매원은 '번호 이동'을 권했다. 통신사를 옮기면 위약금도 대납해주겠다고 했다. 고민하던 A씨는 통신사를 바꾸기로 했다.

#. 대학생 B(22)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떨어트렸다. 액정이 깨져 수리비가 만만찮았다. 새 폰을 사기로 한 B씨는 인터넷에서 '스마트폰 싸게 사는 법'을 검색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불법 보조금을 주는 업체가 있었다. B씨는 한 SNS 채팅방을 통해 공시지원금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받고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시행 6개월을 맞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번호 이동, 신규 가입, 기기 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라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건 물론 불법 보조금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차별 없앤다고? 정보 따른 역차별 되레 늘었다"

단통법의 목적은 누가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통신사에 가입하더라도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가입 유형에 따른 차별은 여전하다. 통신사를 옮길 경우 공시지원금을 초과해 지원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통신사를 옮길 때 발생하는 위약금까지 현금으로 돌려주기도 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기기 변경 땐 판매점에 별 이득이 없지만 번호를 이동하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서 "특정 통신사를 이용하겠다고 고집하는 고객이 아니라면 번호 이동을 권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NS 등에는 휴대폰을 싸게 파는 폐쇄 커뮤니티까지 생겨났다. 자영업자 C(55)씨는 "정보가 부족한 사람만 호객이 되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대학생 D(24)씨는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구입하긴 했지만 소비자에게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통신비 절감? 기기값 비싸져 어쩔 수 없이 줄여"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달 15일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요금 수준이 20% 가까이 하락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요금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가입요금 수준이 하락한 건 휴대폰 가격이 비싸진 탓에 상당수 소비자가 저가 요금제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엔 기기 값을 할인해준 덕분에 비교적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해도 부담이 적었던 데 반해 단통법 시행 후에는 기기 값이 비싸다보니 요금제를 낮춰 이전과 비슷하게 지출 수준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보도자료에 대해 "약정할인을 받은 요금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면서 "기기 값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판매점도 손해 막대… 누구를 위한 단통법인가"

단통법 시행 초기 유통판매점 관계자들은 소비자 지갑이 닫히면 매출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매출이 계속해서 줄면서 폐업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폐업한 판매점이 10% 이상은 될 것"이라고 했다.

강북구에서 판매점을 운영 중인 E씨는 "요즘은 한 대 팔아봤자 20만원도 벌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판매점주는 "고객들은 할인이 줄어 판매점을 원망한다. 판매점은 고객 주머니가 닫히니 판매를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대놓고 불법 보조금을 요구하다 언성을 높이는 고객도 있다"고 했다.

"보조금 상한 상향해 소비자에게 이익 전달해야"

이처럼 단통법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보조금 상한이 상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통법 도입 당시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에 25만~35만원의 보조금 상한을 6개월마다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첫 번째 보조금 상한 조정 시기는 이달 말. 업계는 방통위가 보조금 상한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동결 가능성도 있지만 단통법을 놓고 논란이 거센 만큼 어떻게든 보조금이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통법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일단 이달 말에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보조금을 상한을) 끌어올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려고 마련한 보조금에 상한을 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의 이용구 상임이사는 "제조사, 통신사, 판매점, 소비자까지 어느 하나 편한 쪽이 없다"며 "편한 곳은 방통위와 미래부뿐"이라고 했다. 이 이사는 "한국 소비자의 통신기기 수준이 굉장히 높은 데 반해 최신 단말기가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통판매점들마저 얼어버린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공시지원금을 높이고 리베이트를 줄이는 쪽이 낫다고 한다"면서 "단통법 자체는 존속돼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지키되 소비자 이익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肩『?입장은 뭘까.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도 이런 문제(불법보조금, 번호 이동 조장 등)가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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