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박창진 사무장님, 회사 지정 의사 절대 피하세요"

목정민 기자 2015. 1. 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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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2월 2일 출근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항공의 한 조종사가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박창진 사무장은 '땅콩 회항' 논란의 직접적 피해자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부터 기내에서 폭행을 당했다.

28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면 <박창진 사무장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있다. 익명의 글쓴이는 글에서 "저는 사무장님이 한 일이 옳은 일이라고 믿습니다"라며 "사무장님은 업무에 복귀하셔서 정년까지 사무장으로 일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글쓴이는 박창진 사무장이 회사측에서 요구한 정신 진단을 받을 때 주의점도 조언했다. 글쓴이는 "사무장님이 회사가 지정한 의사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그 의사는 양심에 따라 진단하는 의사일 가능성이 크지만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권위 있는 3차 병원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대신 내십시오"라고도 전했다.

글쓴이는 "사무장님은 반드시 비행을 하셔야 합니다"라며 "힘내십시오"라고 끝맺었다.

<노조 게시판 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항공 OOO 기장입니다.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직접 대면할 기회가 오면 정식으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그동안 맘고생 많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사무장님이 세상에 진실을 알린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저는 사무장님이 한 일이 옳은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무장님은 업무에 복귀하셔서 정년까지 사무장으로 일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사무장님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아마도 회사 허락 없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사규 위반으로 처벌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중징계를 내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재판장님께서도 박 사무장님의 회사 근무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시니까요. 그리고 언론 인터뷰는 회사 임원의 부당한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방법이기 때문에 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사무장님에 대해 징계라는 수단으로 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무장님이 기존에 하시던 사무장 업무로 복귀하신다면 무리 없이 일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원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일하기 때문에 회사가 사무장님을 견딜 수 없이 힘들게 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회사가 인사권을 이용해서 사무장님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어제 인터넷으로 기사들을 보다 보니 사무장님 관련 기사가 있더군요. 기사 제목에는 "재배치"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이 기사가 근거 없이 작성된 추측성 기사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재배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합니다.

업무 복귀 전에 의사와 인터뷰를 하셔야 한다고 기사에서 봤습니다. 그 인터뷰는 대한항공에 소속된 의사와 하게 되겠죠. 저는 그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지 않은 양심적인 의사일 거라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세상인 만큼 나쁜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그 의사가 다른 특정 정신과 전문의를 지정해서 진단서를 받아오게 하는 겁니다. 그 전문의는 인O대학병원 소속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사무장님이 회사가 지정한 의사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사는 양심에 따라 진단하는 의사일 가능성이 크지만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다른 권위 있는 3차 병원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대신 내십시오. 그거로 사무장님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걸 증빙하기에 충분합니다. 회사가 반드시 그 의사의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고 우긴다면 다른 큰 병원의 진단서를 하나 더 제출하셔서 정신과 전문의들의 진단이 일관되게 나온다는 증거를 확보하십시오. 이쯤 되면 사무장님의 업무 복귀가 왜 늦어지는지 언론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기사화될 수도 있을 겁니다.

사무장님은 반드시 비행을 하셔야 합니다. 만일 회사가 사무장님을 행정 업무로 배치하려 한다면 그 의도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회사는 사무장님이 승객과 대면함으로써 승객들이 땅콩회항 사건을 상기시키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무장님은 비행을 하셔야 합니다. 사무장님이 앞으로 비행을 오래 오래 하는 것이 승리하는 일입니다. 국민들에게 노동자가 회사의 회유와 압력에 굴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같이 비행하게 되면 같이 식사 한 번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조종사들도 사무장님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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