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미래가 더 쪼그라든다

김용식 이훈성 2014. 12. 2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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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2014년 연금 보험료 대비 미래 지급액 산출해 보니..

고령화·초저금리 시대 진입으로 국민·주택연금 등 수급 구조 악화

'개인연금 月 100만원' 납부 보험료… 20년 前 21만원, 지금은 50만원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후 생활자금의 밑천으로 삼고 있는 각종 공ㆍ사적 연금의 수급 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고령화와 초저금리 시대 진입으로 이전과 같은 돈을 내도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확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온 국민이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88년 국민연금, 1994년 개인연금, 2005년 퇴직연금 도입으로 이른바 '3층 구조'의 노후소득 보장제 골격을 갖췄다. 2007년에는 주택연금까지 도입되며 적어도 외형은 한층 탄탄해졌다.

하지만 이들 제도를 통해 돈을 내고 돌려 받는 수급 구조는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ㆍ저출산에 따른 수혜 대상 계층의 급증, 저금리로 인한 자금운용 한계,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지 못한 근시안적 연금구조 설계까지 한 데 맞물린 결과다.

실제 한국일보가 국민연금공단, 주택금융공사, 민간 보험사 등에 의뢰해 과거와 현재의 보험료 대비 미래 지급액의 규모 변화 추이를 산출한 결과는 몹시 암울하다. 국민연금의 경우, 월 평균 소득 300만원의 가입자가 1994년부터 보험료를 냈다면 노후에 월 91만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지만 올해부터 가입하면 월 수령액은 53만원으로 급감한다. 보험사의 개인연금 상품 역시 월 100만원을 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같은 기간 21만원에서 50만원으로 2.5배나 불어났다. 또 불과 7년 전 3억원 짜리 집을 맡기고 주택연금(역모기지론)으로 월 72만원을 받을 수 있었던 60세가 지금 같은 가격의 집을 맡긴다면 수령액은 68만원대로 줄어든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지난주 주택금융공사는 신규 주택연금의 월 지급액을 내년 2월부터 1.5% 줄인다고 발표했다. 2012년 이후 벌써 4번째 조정이다. 이미 2060년 전후 고갈이 예고된 국민연금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의 개혁을 또 다시 피할 수 없을 전망이고, 민간 보험사들 역시 매년 경험생명표와 자산운용 수익률 등을 토대로 연금보험료를 계속 재조정(인상)하는 추세다. 모두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미래'의 단면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퇴직 전 받던 임금 대비 퇴직 후 받는 연금 비율)은 공ㆍ사적 연금을 모두 합쳐도 50% 안팎으로 선진국(70~90%)에 한참 못 미친다. 노후안전판이 더 확대돼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경기 둔화와 저금리 장기화 여파로 여유자금을 굴릴 재테크 환경 또한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요즘 추세로는 대략 30세부터 25년간 일해 85세까지 30년을 버텨야 하는데, 결혼, 양육 등 자금지출을 감안하면 현재 젊은 세대 거의 대다수가 미래의 빈곤층을 면하기 어렵다"며 "현재 세대에서 부유한 사람들의 돈을 나누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연금제도는 후세에 부담을 일방 전가해 온 측면이 있는 만큼 이제라도 스웨덴처럼 내는 만큼 받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들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김희규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의 연금구조로는 필요자금의 40%를 충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늦었다 여기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노후자산을 위한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국민 대다수가 노후 생활자금의 밑천으로 삼고 있는 각종 공ㆍ사적 연금의 수급 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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