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 다른 판결'..휴일근로 중복수당 '폭풍전야'

오상헌 기자 2014. 12. 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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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엇갈리는 판결..헷갈리는 기업](중)중복할증 '150%vs200%', 일시에 7.6조 인건비 부담

[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기획/엇갈리는 판결…헷갈리는 기업](중)중복할증 '150%vs200%', 일시에 7.6조 인건비 부담]

"주 40시간 이상 일한 후 휴일근로를 하는 경우 이는 휴일근로임과 동시에 연장근로이므로 가산임금을 중복할증(100%) 해야 한다"(서울고법)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는 별개이므로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휴일근로 할증임금(50%)만 가산하면 된다"(서울고법)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소송에서 지금까지 법원이 내린 상이한 판결이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통상임금', '정년연장'과 함께 노동계 최대 현안인 '근로시간 단축법안'과 직결된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하지만 국회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연내 판결이 예상됐던 대법원 결정마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서로 뒷짐을 진 채 눈치를 보느라 애꿎은 기업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법 제도 개선과 대법원 판결에 따른 파급효과가 상당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재계를 대표해 대법원장에게 '경제계 탄원서'를 제출했다. '휴일근로 수당이 중복할증으로 지급될 경우 기업들의 성장엔진이 멈추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재계의 탄원서 제출은 같은 사건임에도 재판부에 따라 판결 내용이 엇갈리면서 혼선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휴일근로 중복할증 관련 소송은 모두 5건이다. 2009년부터 성남시(3건)와 안양시(2건) 환경미화원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던 휴일근로 수당에 연장근로 수당(50%)을 추가해 200%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들이다.

서울고법의 판단은 엇갈렸다. 5건의 소송 중 4건은 근로자의 손을, 1건은 지자체의 편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에 따라 법적 해석을 달리 적용해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일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휴일근로(16시간)를 합해 주 68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원고 승소(4건)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명확한 조문이 없는 '1주일'을 '7일'로 보고 휴일근로도 연장근로로 인정해 수당을 중복할증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원고 패소 판결의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정부 해석을 인정해 '1주일=5일'로 해석하고 휴일근무 수당만 주면 된다고 판시했다.

경총 관계자는 "주심 판사 개인의 성향에 따라 판결이 갈렸고 오랫동안 유지돼 온 대법원 판례와 정부의 법령해석에 배치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빠르면 내년 초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벌써부터 초비상 상태다. 대법원이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할 경우 유사 소송이 줄을 잇고 천문학적인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으로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7조6000억 원(중소기업 5조원, 대기업 2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매년 1조 900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총 관계자는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과 임금상승률까지 감안하면 기업의 추가부담은 훨씬 더 증가할 것"이라며 "대법원이 근로기준법령의 규정 형식과 내용은 물론 1953년 법 시행 이후 오랜 기간 동안의 관행을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원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법관 14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조문이 포함된 근로시간 단축법안 입법화 작업도 내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23일 '실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법제도 정비'가 포함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기본 합의안에 의결했다.

원칙적 수준의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낸 셈이지만 노동계와 재계, 정부의 각론 합의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선 현행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60시간(52시간+노사합의시 8시간 연장근로 허용)으로 줄이는 내용의 법안(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권 의원의 개정안이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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