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없인 돈·일자리 안 돈다 .. '장그래법' 파격 처방

김기찬 2014. 12. 2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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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정규직 처우개선 카드고용연장·퇴직금·실업급여 확대재계선 "기업 과도한 부담 우려"정규직 과보호 완화 구상도 담겨한국노총 "질 낮은 비정규직 더 양산"

정부가 마련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파격적이다. 기업의 부담을 크게 늘리는 쪽이다. 경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처럼 과감한 비정규직 대책을 밀어붙이는 데는 나름의 전략이 숨어 있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돈과 사람이 돌지 않는 바람에 경기부양 온기가 경제 전체로 퍼지질 않는다. 이를 풀자면 공공, 금융, 노동, 교육의 4대 구조개혁을 시급히 추진하는 게 불가피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첫 단추가 노동개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국내 투자·고용을 꺼리거나 비정규직을 늘려나가고, 따라서 청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선 경기 회복 기대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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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노동시장 개혁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개혁을 밀어붙이자면 여론의 힘을 빌려야 한다. 정부가 노동개혁의 기치로 이른바 '장그래 구제법'을 들고나온 이유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은 취업전쟁터를 전전하고 있는 장그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동력 삼아 정규직 과보호도 완화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가 마련한 비정규직 대책도 말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실제론 노동시장 전반을 건드리는 종합판이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단순히 구분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에 담긴 개혁조치는 상당히 과감하다.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나 다양한 근무형태를 허용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기업이 큰 부담을 져야 하는 내용이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쓰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기조가 담겨 있다. 예컨대 비정규직은 3개월만 근무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2012년 기준으로 3개월 미만의 계약직은 206만6000여 명이다. 이들에게 퇴직금을 주면 기업은 연간 5조4007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런 단기 고용은 중소기업에 많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유해 위험업무 가운데 상시적으로 작업해야 하는 업무는 도급을 제한키로 했다. 이런 식으로 도급 자체를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사회정책본부장은 "일자리 질을 높이려는 정부의 뜻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기업 부담이 불가피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에도 정규직 과보호 해소와 같은 그동안 후진성을 면치 못하던 노동개혁 조치가 제시되는 만큼 노사가 서로 빅딜 형태로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정규직의 고용과 소득안정이란 명분을 챙기면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까지 확 바꾸겠다는 생각이 읽히는 대목이다.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한국노총은 노동개혁의 방향 정도만 제시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자마자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세부 사안이 제시되면 타협이 어려울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애초 정부는 비정규직 대책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합의로 이끌어내려 했다. 지금도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최 부총리는 "종합대책을 조속히 제시하고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사정이 노동시장 개혁의 기본 방향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마냥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 중 노동시장 개혁의 틀을 마련하자면 시간이 없다. 노사정위가 계속 지지부진하다면 정부안을 먼저 공개한 뒤 여론을 등에 업고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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