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과세한다는데..10대 그룹, 되레 29조 늘어
내년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시행되지만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6개월 사이에 29조원, 6%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8월6일 전과 후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10대 그룹 83개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3분기 말 기준으로 사내유보금이 537조8000억원으로 1분기 말 508조7000억원보다 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이 기간 유보율은 1679.1%에서 1733.6%로 54.5%포인트 높아졌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의 지출을 제외하고 사내에 축적한 이익잉여금에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사내유보율은 사내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것이다.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하지만 투자와 배당에는 소극적인 셈이다. 정부는 이익잉여금을 투자나 임금, 배당 등에 쓰도록 독려하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10대 그룹 중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196조8000억원이었다. 10대 그룹 사내유보금 중 36.6%에 달한다. 1분기 182조4000억원에 비해 14조4000억원 늘었다.
이 중 삼성전자가 168조6000억원으로 삼성그룹 전체의 86%, 10대 그룹 전체의 31.4%였다. 삼성전자 유보금은 이 기간 10조2000억원 늘었다.
124조5000억원으로 2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그룹은 1분기보다 7.4% 늘었다. SK그룹은 58조8000억원, LG그룹은 48조원으로 각각 6.8%, 5.6% 증가했다. 이들 4대 그룹이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6%로 1분기 78.4%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이어 포스코그룹 44조9000억원, 롯데그룹 28조6000억원, GS그룹 10조4000억원, 한화 6조원 등이었다. 적게는 1%대에서 많게는 6%까지 1분기보다 3분기에 사내유보금이 늘었다.
1분기보다 3분기에 사내유보금이 줄어든 곳은 한진그룹과 현대중공업뿐이었다. 둘 다 올해 실적이 악화된 곳이다.
정부 압박에도 기업들의 사내유보금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도 기업들이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연말 배당이나 내년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는 건 맞지만 실제 그렇게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투자나 임금, 배당 등에 쓰지 않고 쌓아둔 이익잉여금에 추가 과세하는 제도로, 내년부터 도입된다. 자기 자본금 500억원 초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등 4000여개 기업이 부과 대상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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