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팔아 매출 1조.. 다이소 17년 '푼돈의 기적'
"위생백, 수세미, 면봉, 물티슈, 머그컵, 노트…. 그리고 또 뭘 샀더라."
서울 은평구에서 다이소 매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현숙(55·여)씨는 12일 장바구니를 들쳐 보이며 "이게 다 1000원짜리"라고 자랑했다. 알뜰 주부들은 물론 청소년, 직장인 등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는 균일가 생활용품숍 다이소의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다이소아성산업 박정부 회장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균일가 생활용품숍이 창립 17년 만에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 예상액은 1조500억원. 다이소아성산업은 1997년 5월 서울 천호동에 '아스코이븐프라자'라는 이름으로 1호점을 개점한 뒤 10년째인 2006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이어 2010년 4500억원을 기록한 이후 불과 4년 만에 1조원을 달성, 평균 30%의 고도성장을 이뤄왔다.
1조원 매출의 주인공은 1000원짜리 생활용품이다. 다이소 매장에서 판매된 물품의 55%가 1000원짜리다. 2000원짜리가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한다. 3만종이 넘는 다양한 생활잡화의 제품 평균 가격은 1200원.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다이소는 올 한 해 8억7000만개를 팔아치웠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평균 17개를 구입한 셈이다. 판매한 제품 길이(평균 30㎝)를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를 4바퀴나 돌 수 있다.
샐러리맨 출신인 박 회장은 "순수 토종 단일 유통기업으로 기업 인수·합병을 거치지 않고 1조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다이소는 한때 '일본 다이소'의 한국법인으로 오해를 사 곤욕을 치렀다. 박 회장은 "국내 토종 기업이 아니면 국가에서 대통령상을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이소아성산업은 올해 대한민국 유통 분야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일본의 여러 기업에 제품을 수출했으나 일본 다이소가 독점 계약을 요구해와 2001년 반대급부로 4억엔을 투자 받으면서 매장명을 다이소로 바꿨다"고 밝혔다. 한국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도 없다. 오히려 일본 다이소에 연간 2000억원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유통가에선 박 회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꼽는다. 특히 2011년 15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국내 최대 규모 물류센터를 지을 때는 "1000원짜리 팔면서 정신 나간 짓"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물류센터가 안정화에 접어들어 수익 개선이 이뤄졌다"며 "올해는 수익성이 2∼3%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수익률은 1%선이었다.
'가치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뜨고 있지만 다이소는 저가의 균일가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외형적 성장에 치우쳐 균일가 시장의 본질을 잊는다면 그것은 고객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라면서 가격 대비 가치 있는 상품을 파는 균일가숍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2011년 중국 상하이에 '하오스터(好思特)'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베이징, 톈진 지역을 중심으로 9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국내 시장을 좀더 단단히 다지고 중국에 안착하면 1000원숍의 본고장인 미국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매장 수는 970개. 그중 300여개가 가맹점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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