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현아 부사장 '사무장 내려라' 고함..대한항공 뉴욕공항 후진 '파문'

입력 2014. 12. 8. 08:00 수정 2014. 12.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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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등석 마카다미아넛 서비스 묻자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냐며

승무원에 내려라 소리질러

사무장이 매뉴얼 보여주려다

태블릿피시 암호 못풀자

사무장에게 내리라고 소리쳐

이코노미석까지 고함 들리기도

승무원 내려놓고 이륙

"객실 안전 책임질 준비 안돼서"대한항공쪽 당시 경위 해명승무원 지휘·감독은 기장 권한항공법상 '월권' 지적 뒤따를 듯

지난 5일 0시50분 뉴욕을 출발해 한국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KE086 항공편이 탑승 마감 뒤 공항 활주로로 이동하다가 10분 만에 갑자기 멈춰 섰다. 비행기는 후진을 해 게이트 쪽으로 돌아와 한 사람을 내려놓았다. 내린 사람은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사무장이었다. 사무장을 내려놓은 비행기는 이륙해 6일 새벽 한국에 도착했지만 이 비행기의 승객 400여명에 대한 객실 서비스와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 사무장은 그 비행기 안에 없었다. 7일 비행기에 탔던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비행기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현아(40·사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승무원이 다른 일등석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조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넛(견과류의 일종) 서비스를 위해 "드시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조 부사장은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따지며 갑자기 승무원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했다"고 답하자 조 부사장은 매뉴얼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조 부사장의 고함에 승무원 사무장이 매뉴얼을 보여주려고 태블릿피시를 들고 왔다. 그러나 조 부사장의 고함에 놀라서인지 사무장이 태블릿피시의 암호를 풀지 못하자 조 부사장은 승무원 대신 사무장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 조 부사장의 고함이 얼마나 컸는지 일등석 뒤로 붙은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였다. 당시 일등석에는 조 부사장을 포함한 2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기내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승무원은 승객의 의향을 물은 뒤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로 돌아와 마카다미아넛을 종지에 담아 제공하게 되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조 부사장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승무원이 마카다미아넛을 갖고 왔기 때문에 규정에 어긋난 일이라고 지적하고, 사무장에게 서비스 매뉴얼을 갖고 오도록 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객실 안전을 책임질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고 사무장을 내리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건에 대한 회사 쪽 설명이 약간 다르지만, 이륙을 위해 한번 출발했던 비행기가 회사 부사장의 지시로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려놓고 출발한 사실은 회사 쪽도 인정했다.

항공법은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지휘·감독은 '기장'이 한다(50조1항)고 규정하고 있어 우연히 비행기에 타고 있던 조 부사장의 지시는 월권이란 지적을 벗기 어려워 보인다. 이륙 직전 뉴욕 공항에 내려진 사무장은 결국 12시간을 기다려 오후 2시에 출발하는 KE082편을 타고 한국에 돌아왔다.

조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로,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 입사해 2006년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부본부장(상무보)을 맡으며 임원직에 올랐다. 이어 전무를 거쳐 지난해 3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하와이에서 아들 쌍둥이를 낳아 원정출산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승무원 인권 문제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10월에는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을 할 때는 국내외 면세점, 공항 내 쇼핑몰이나 상점을 이용하지 말고, 공공장소에선 전화 사용을 하지 말며, 커피 등 음료수를 들고 다니며 마시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승무원 근무수칙이 외부에 알려져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미영 김외현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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