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양적완화 종료, 2015년엔 빚더미가 몰려온다

박종훈 2014. 11. 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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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양적완화의 종료를 선언하고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상당기간이라는 단어입니다. 재닛 옐런 미 연준의장은 상당기간이란 6개월을 뜻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제 눈앞으로 닥쳐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미 금리 인상이 한국엔 자본 유출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처럼 빚더미로 지탱하던 나라에는 정말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금리는 미국보다 어느 정도 높아야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신흥국에는 국가별 위험(Country Risk)이 추가되기 때문에 미국보다 금리가 웬만큼 더 높지 않다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국채 10년물을 기준으로 미국과 한국의 시장 금리차이가 7년 만에 0.5%P로 좁혀졌습니다.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에서는 금리가 오른 반면 우리는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금리차가 매우 낮아진 것입니다. 이제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금만 인상해도 우리나라에서 채권을 팔고 해외로 떠날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7%가 넘습니다. 외국인 비중이 5% 안팎인 일본과 달리 외국인 비중이 크기 때문에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외국 자본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 한국의 나라 빚이 그리스보다 심각?

우리나라의 부채문제는 사실 매우 심각한 편입니다. 부채 문제를 흔히 가계 부채나 정부 부채, 기업부채로 나누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모든 부채를 합친 국가총부채에 달려 있습니다. 부채란 풍선과 같아서 가계 부채나 기업 부채가 눌리는 순간 순식간에 국가 부채가 부풀어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 나라의 빚 문제를 살펴보려면 먼저 국가총부채 규모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2011년 맥킨지 부설 연구소인 MGI의 조사결과 한국의 국가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대비 3.1배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우리가 한 해 동안 생산한 총량보다 총부채 규모가 3.1배나 더 많다는 얘깁니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의 총부채가 GDP의 2.6배였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이 2.8배로 떨어진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의 총부채 규모는 정말 위태로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빠르게 늘어난 빚가계부채 증가율 OECD 1위

특히 2011년 이후 다른나라들은 총부채 규모를 조금씩 줄여나갔지만 우리나라만 유독 빚이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우리 정부가 걸핏하면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긴 덕분인데요,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6월말 현재 1,242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더구나 가계부채 증가율이 6%나 되어 OECD 국가 중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일본이 1.9% 미국이 1.5%, 영국이 1% 증가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치입니다.

이처럼 빚더미가 한껏 부풀어 오른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게 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히 다중 채무자들이 먼저 무너지면서 너도나도 부동산 등 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다시 부동산 담보 여력을 약화시켜 더 많은 가계를 한계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부분 부동산 담보 대출이 고정금리이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가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변동금리여서 가계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기업들 사이에 양극화가 매우 심한 나라입니다. 30대 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전체 기업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경제 구조가 왜곡돼 있습니다. 이 같은 경제 구조 때문에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최근 3년 동안 대출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이 3천 개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만일 금리가 오르면 한계기업의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들은 파산 위기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 한국 경제는 무너지기 직전 모래 언덕

이처럼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미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2012, 21세기북스)』를 통해 우리 경제가 2015년 이후엔 임계 상태에 도달해 언제든 대붕괴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일 것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계 상태란 무엇일까요? 모래알을 계속 떨어뜨리는 실험을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모래알은 차곡차곡 쌓이면서 점점 언덕을 이루게 됩니다. 그렇게 계속 모래알을 떨어뜨리다보면 어떤 모래알 한 알이 갑자기 대규모 산사태처럼 모래 언덕을 무너뜨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산사태가 나기 직전처럼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을 임계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 부풀어 오를 데로 커진 우리의 빚더미는 이미 임계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서 자칫 미국의 금리인상은 바로 산사태를 일으키는 한 알의 모래알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서 늦어도 내후년 상반기로 그 시기나 파급 효과를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재정확대나 금리인하를 통해 국가총부채를 더욱 늘리는 정책을 고집한다면 자칫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경제관료들이나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에 경제학을 배웠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경제학을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은 관료들은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실패가 바로 1997년에 우리나라를 엄습한 외환 위기였습니다. 폐쇄경제 하에서는 재정확대와 금리인하가 경제를 살리는 특효약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미국 정책기조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 방향을 고집한다면 자칫 큰 낭패를 볼지 모릅니다.

☞바로가기[뉴스9] 미 양적완화 종료한국 경제 영향은?

박종훈기자 ( jongh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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