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배배 꼬인 단통법 .. 한숨만 나온 한 달

손해용 2014. 10. 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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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도, 상인도 여전히 막막해외직구 늘고 불법 보조금 고개상한제 폐지, 완전자급제 추진에분리공시, 제조가 인하 옥신각신이용자 차별 줄어든 건 긍정 효과

직장인 장모(39)씨는 지난 26일 밤 자신이 가입한 휴대전화 커뮤니티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갤럭시 노트3는 13만원, G3캣6는 9만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출고가를 감안하면 합법적인 지원금 외에 30만원 이상을 더 준다는 얘기다. 장씨는 "확인해보니 고가 요금제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고, 나중에 돈을 돌려받는 '페이백' 조건이라 일단 가입을 보류했다"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사라졌던 이런 메시지가 최근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잠잠했던 불법 보조금 영업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리점·판매점서는 '단통법 무시'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합법적인 지원금(최대 34만5000원) 이상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고, 암암리에 '현금 지급'을 내걸고 영업을 한다. 이른바 '나까마'로 불리는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고객을 모집한 뒤 '떴다방'처럼 오피스텔 등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달 들어 이통 3사가 대리점에 별도의 지침을 내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리점·판매점이 독자적으로 추가 보조금을 뿌린 것으로 풀이된다.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신규 가입이 급감하자 손님을 끌기 위해 내세운 '궁여지책'이란 의미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는 예컨대 50대 미만을 팔면 대당 1만원, 50대 이상을 팔면 대당 2만원, 100대 이상을 팔면 대당 3만원 식으로 계단처럼 올라간다"며 "일단 매출을 늘린 뒤, 자신에게 돌아갈 리베이트를 희생하는 '울며 겨자먹기식'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1일이면 단통법 시행 한 달을 맞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소비자들은 체감 지원금이 줄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유통상인들은 생계 걱정이 막막하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단통법이 호된 질타를 받으며, 법안 수정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비난 여론은 더 커지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단말기 값은 내리지 않은 채 보조금만 줄다 보니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주요 오픈마켓에서는 스마트폰 구매대행 건수가 법 시행 이후 2~3배가량 늘었다. 현재 오픈 마켓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갤럭시J다. 삼성전자가 일본과 대만에서만 선보인 전략 스마트폰이다. 크기나 디자인은 갤럭시S4를 닮았고, 하드웨어는 갤럭시 노트3와 비슷하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38만원 선에 구입이 가능하다. 휴대전화 오픈마켓 '착한텔레콤'의 박종일 대표는 "단통법 때문에 국내사가 해외에 수출한 제품을 다시 수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며 "일본판 갤럭시 노트3도 40만원 후반대에 살 수 있는데, 국내 실구매가격이 60만원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유통상 모임인 이동통신유통협회는 30일 오전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단통법 개정 및 유통점 생계대책 수립 촉구대회'를 연다. 협회는 "단통법 시행 이후 일선 대리점·판매점이 고사 위기에 처한 현실을 알리고, 생계 대책 수립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단통법의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중저가 요금제, 중고폰 이용자, 기기변경 가입자도 동등한 혜택을 받게 되면서 고가 요금제로 쏠렸던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패턴에 맞는 단말기·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아이폰6' 한국 출시(31일)를 앞두고 국내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실제 10월 첫주 3만4720건에 그쳤던 번호이동 가입은 넷째 주 7만6447건으로 급증했다. 가입 이통사를 바꾸지 않는 기기변경도 증가세다. 미래창조과학부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해외 단말기 구입가격이 싸다고 논란이 됐는데, 국내에서도 휴대전화를 살 때 받는 보조금에 매달 할인 받는 통신료 등을 더하면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며 "결국 국내외 가격 차이는 처음에 할인을 많이 받느냐, 꾸준히 계속 할인을 받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선 저가 요금제 가입제에 보조금 혜택이 없고, 중도해지하면 그간 받았던 혜택을 모두 뱉어내야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괴리가 큰 보조금으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면서 정치권 등에서는 단통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시행 한 달을 맞은 법이 벌써부터 폐지 논란에 휩싸이며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된 셈이다.

 각계에서 내놓는 단통법 해법은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국회와 정부·이통사·제조사 등 이해 관계자들의 시각이 엇갈린 탓이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한 통신정책 방향 모색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보조금 상한선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비롯해,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를 완전히 분리하는 '완전자급제'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통사간 요금 경쟁을 저해하는 요금인가제 폐지론도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이통사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보조금을 따로 공시하는 분리공시를 추진하고, 단말기 제조가 인하가 필요하다며 제조사에 공을 넘겼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장정환 상무는 "놀이공원에 가서 신용카드로 할인 받을 때 놀이공원과 카드사의 지원 금액을 아는 소비자는 없다"며 "분리공시 없이도 단통법 시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차츰 단통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지켜 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법인만큼 단통법 폐지가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와 다른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단통법의 보완을 주문했다. 현재 단통법 체계에서 단말기 가격 인하 및 서비스 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만들 대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연구원 곽정호 정책실장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단기간에 바꿀 순 없다"며 "법의 존폐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분리공시 도입, 보조금 상한 조정 등으로 보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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