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논란, '자료 꼼수' 부린 최경환 판정패

입력 2014. 10. 24. 19:41 수정 2014. 10. 24. 19: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동환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감세효과는 명백히 잘못된 셈법에 따른 잘못된 자료입니다. 이런 자료는 배포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를 달궜던 '부자 감세' 논란이 기재부의 판정패로 마무리됐다. 정부가 '부자 감세는 없었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와 부처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감세효과는 일부만 반영하고, 증세효과는 온전히 넣는 방법으로 세제 효과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석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기재부 세제실장도 시인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세청의 실증자료도 명백히 대기업·부자 감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번 기재부의 세수효과 자료 배포는 명백히 정치적 목적하에 의도적으로 이뤄진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주장한 '부자 증세'론...'7일 천하'로 마무리

부자 감세는 이명박 정부 이래 계속해서 여당의 발목을 잡은 단골 약점이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금을 감면해주자는 명분이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야당은 효과도 없고 재정도 부족하니 다시 '부자 증세'를 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재부 국감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2008년 세법 개정으로 90조 원 감세를 했지만 그 후 점차 증세가 이뤄져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서 오히려 15조 원이 증세됐다는 내용이었다. 기재부 출입기자들에게는 앞서 13일에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배포된 자료는 그간 기재부가 유지한 입장에 비춰봐도 이색적인 내용이었다. 기재부는 지난 2012년 8월 국회에서 MB정부 5년간 감세액 68조8000억 원 중 31조 원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갔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31조 감세와 15조 증세. 같은 부처에서 나온 세수 효과 통계치 치고는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 17일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고성으로 최 부총리의 주장을 비판했지만 명쾌하게 반박하지 못했다. 당시 언론들도 최 부총리와 야당 의원들의 설전을 '논란'으로 정리했다.

이상한 계산법... "'부자 증세' 거짓말"

24일 국감은 분위기가 달랐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재부가 17일 내놨던 논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기재부가 2008년 세법개정으로 인한 감세효과는 3.5년간만 반영하고 2009년 개정에 따른 증세효과는 5년 효과를 모두 반영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마치 MB 정부가 부자 증세를 한것 처럼 통계가 나왔다는 것이다.

MB정부 중 세금 수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세법 개정은 2008년(88조7000억 원 감세)과 2009년(36조1000억 원 증세)에 이뤄졌다. 박 의원은 "세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는 개정 다음해부터 발효되는데 기재부는 2008년 감세 효과를 추계하면서 2008년부터 계산을 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이번에 낸 자료에서 똑같이 5년 동안의 감세 효과와 증세 효과를 비교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계산할 경우 같은 5년이어도 감세 규모가 실제보다 줄어들면서 증세 효과가 과장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0.5년치의 감세효과는 2008년 세법 개정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사라졌다. 박 의원은 "2008년 감세 효과 중 가장 영향이 큰 법인세율과 소득세 세율인하의 경우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됐다"면서 "이럴 경우 2009년의 감세효과는 절반만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 (자료사진)

ⓒ 유성호

기재부는 통계를 내면서 대기업 증세라고 보기 어려운 항목을 대기업 증세로 끼워넣기도 했다.

박 의원은 "2009년 세수효과에 포함된 '금융기관 채권이자에 대한 원천징수' 도입효과 5조 2000억 원은 실제 대기업 세 부담 증가와는 관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세금 납부시기만 조정되는 내용을 대기업 증세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보면 그동안의 세법 개정 효과를 모두 반영했을 때 대기업 실효세율이 3.8%p 이상 낮아졌고, 매년 6조 원 이상의 대기업 감세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금 수입 측면에서도 명백한 부자 감세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박 의원의 지적에 "세율 변화로 그렇게 된 건지, 매출 변화로 그렇게 된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을 돌렸다. 실제 걷힌 세금으로 부자감세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는 "최경환이 키 1cm가 컸는데 잘 먹어서 컸는지 잘 자서 컸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어진 추가 질의에서 "감세 효과를 사후적으로 계산하는 게 불가능하면 대기업 부자 증세했다는 주장은 어떻게 나왔느냐"고 질타했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