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제보자 없이는 알려질 수 없었던 '대장균 시리얼' 파문

김종원 기자 2014. 10.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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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제보자를 만나다

제보자를 처음 만난 건 늦은 밤이었습니다. 취재진이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제보자는 편의점 앞에 놓인 간이 테이블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제보자는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쌀쌀한 가을 저녁, 제보자와 첫인사를 나누고는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제보자는 자신이 찍어놓은 공장 내부 동영상과 작업일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차분하고 어눌한 말투로 내부고발을 시작했습니다.

동서식품 진천공장 시리얼 제조라인에서 근무하던 제보자는 불량품 처리 작업을 하는 날만 되면 틈틈이 해당 과정을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그렇게 촬영한 것이 10개월 치, 상당히 많은 분량이었습니다.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작업자들이 시리얼을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며 포장을 하는 정상적인 작업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보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투명한 비닐 봉투에 담겨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시리얼은 버려지는 것이 아닌 모두 재활용 되는 불량품들이라는 겁니다. 개별 포장은 물론 박스 외포장까지 모두 끝났던 제품을 다시 뜯는 이른바 '해체작업'을 통해 내용물만 모아놓은 것입니다. 무슨 불량이기에 출고 직전의 제품을 다시 뜯은 것인지, 작업일지에 자세히 적혀있었습니다. '대장균 검출', '곰팡이' 등등. 작업일지 여기저기엔 그런 불량이 생긴 제품의 상자를 모두 해체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제품에 섞으라는 지시도 보였습니다.

제보자는 입사 초기 작업에 투입됐을 때는 무슨 일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재활용 작업이란 것을 알게 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증거를 남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동서식품은 굴지의 대기업입니다. 저도 어려서부터 이 회사 제품을 즐겨먹었기 때문에 영상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서도 제보자가 하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서식품이 지금껏 수십년간 쌓아놓은 건실한 식품회사로서의 이미지가 있는데, 고작 불량 시리얼 조금 폐기하기 아깝다고 이런 일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도 없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무너뜨려 가면서? 등가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았기에 믿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공장 내부 동영상을 보고 있는 눈을 의심하고 제보자에게 되물으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내부 영상이 있었는데도 이럴진데, 만약 이 방대한 분량의 증거 영상이 없었다면 제보자는 어디가서 이런 얘기 해봤자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당하거나 심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수도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제보자와의 대화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모든 내막을 전해들은 뒤 제보자와 헤어졌습니다.

공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불량품을 처리하는 과정이 찍힌 동영상이 있고, 이를 고발한 내부제보자도 있었지만 곧바로 보도를 할 순 없었습니다. 전체적인 시리얼 제조 공정을 몰랐기 때문에 이게 규정을 어긴 것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동서식품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지금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만, 영상에 찍힌 불량처리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작업이며 모든 식품업계의 일반적인 공정이라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자체 품질검사를 통해 문제가 없는 제품만 시중에 유통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박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동서식품 정도 규모의 대기업은 제품의 품질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외부사람으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도 2중, 3중의 보안체계를 갖춘 공장은 동서식품 측의 친절한 안내가 없이는 절대 들어가 볼 수도 없는 곳이어서 불시에 감시를 나갈 수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대기업의 공장은 외부의 감시가 결코 쉽지 않은 난공불락의 요새같은 곳이기에 외부인이 내부 사정을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여러 전문가를 만나 제보자의 고발 내용을 토대로 법적 검토를 한 끝에 불법적인 부분이 있다는 확인을 한 뒤에야 보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동서식품의 '문제 없다'는 주장과, 식약처와 검찰의 '불법이다'라는 주장은 따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대기업을 위한 규정? 누가 그들을 감시하나

문제는 대기업 식품공장의 내부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건 언론사 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업체들을 관리해야 할 식약처도 식품 공장 내부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를 따져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식품회사의 경우,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자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건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미국도 유럽도, 웬만한 선진국은 다 자체품질검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단이 있느냐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체품질 검사를 해서 알아서 식품을 유통하도록 하고 있지만, 만약 여기서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책임 역시도 알아서 져야 합니다. 징벌적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손해의 2~3배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해야하는 겁니다. 소송을 제기한 측의 변호사 비용까지도 기업이 부담해야 하지요. 이런 예가 있습니다. 미국의 네이키드 쥬스라는 제품은 라벨에 쓰인 문구 때문에 소비자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내야 했습니다. 제품 포장에 '완전 천연'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알고 보니 제조 공정에서 인공 원료도 조금 들어가고, 유전자 조작한 농작물도 들어가고 하기 때문에 이 '완전 천연'이란 문구가 거짓말이라며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을 제기한 겁니다. 결국 이 회사는 합의금 900만 달러와 소비자들의 변호사 비용 252만 5천 달러, 합쳐서 1천1백50만 달러(한화 127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 적인 액수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쯤 되니 미국 기업들은 행여 징벌적 손해배상을 당하기라도 할까, 포장지에 적는 문구 하나까지도 조심해서 사용합니다. 세균이 들어간 과자를 재활용하고 싶어도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식품안전 관리 기조는 '정부 주도'입니다. 징벌적손해배상 제도 같은 것이 없는 대신에, 정부가 주도해 꼼꼼히 관리하고 확인해 안전한 제품만 팔도록 기업을 관리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식약처가 직접 시판되는 모든 식품의 안전성 검사를 해야합니다. 하지만 식약처 한 곳이 그 많은 회사의 그 많은 제품을 모두 검사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식약처는 각급 대학 연구소, 사설 연구소 등 일정한 기준 이상을 갖춘 연구소 등을 '식약처 지정 검사기관'으로 선정하고 위탁검사를 맡겼습니다. 식품업체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이 식약처 지정 검사기관을 통해 품질검사를 하는 것이지요. 만약 여기서 이상이 발견되면 자동으로 식약처로 보고가 가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중에 유통중인 식제품이 워낙 많다보니, 식약처는 대기업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설비를 가진 업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품질검사를 해서 이상이 없는 제품만을 유통시키도록 했습니다. 이게 '자가품질검사'인데, 이 자가품질검사에서 이상이 생길 경우 즉시 식약처에 보고를 하고 제품을 회수를 하든, 폐기를 하든 해야합니다. 전문가들은 여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자가품질검사를 했는데 세균이 발견 됐다해도 식약처에 보고를 안해버리면 알 방법이 없는 겁니다. 공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걸릴 일도 없지만, 설사 보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된다 해도 벌금 500만 원의 행정처분이 고작입니다. 이러다보니 문제있는 제품을 그대로 유통시키는지, 재활용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걸 작정하고 감사하기 전엔 아무리 식약처라도 알 길이 없습니다.

"다음 달에 심사 나가겠습니다" 사전 예고에 구멍 뚫린 HACCP심사

그러나 식약처엔 이를 일일이 감시할 인력도, 의지도 없는 듯 합니다. 아래 사진은 동서식품의 공장 작업일지입니다. '4월 HACCP 심사 예정'이라고 쓰인 문구가 눈에 띕니다. 맨 마지막 줄에는 '4월달 HACCP 철저히 준비'라고 쓰여 있고, 괄호 안에는 '공구함, Tape' 처럼 심사 대비를 위한 구체적 지시사항으로 보이는 문구도 적혀있습니다.

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은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관리기관이 심사 일정을 이렇게 누구나 알 수 있게 미리 예고를 하는 겁니다. 이러니 아무리 잘못을 해도 걸러낼 수가 없지요. 실제로 동서식품 진천공장은 매번 HACCP 심사를 무탈하게 통과했지만, 이번 대장균 검출 시리얼 재활용 사건을 보면 HACCP 인증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보도 된 영상에도 나왔지만, 동서식품 측이 불량이 발견된 시리얼의 상자를 모두 뜯어 내용물만 한데 모으는 장소는 상당히 지저분합니다. 아직 조립되지 않은 상자와 상자를 붙이는 공업용 접착제, 쓰레기 봉투, 시커먼 때가 낀 파레트(화물 운반용 받침대)가 어지럽게 놓여있습니다. 이런 오염물질 중간 중간에 시리얼을 담은 투명한 비닐 봉투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고, 심지어 이 시리얼 봉투들을 주차장 입구에 쌓아놓기까지 했습니다.

직원들이 포장을 뜯는 순간 이미 이 제품들은 이런 지저분한 환경에 오염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HACCP 인증엔 공장을 청결구역과 일반구역으로 나누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음식이 조리되는 곳은 청결구역, 그리고 제품을 상자에 담는 곳(외포장실)은 일반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청결구역이 아닌 지저분한 일반구역(외포장실)에서 제품 포장을 모두 뜯었고, 이는 위생과 식품안전을 보증하는 HACCP 공정과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두달 전에 사전예고를 하고 나가는 심사에서는 이런걸 절대 잡아낼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취재를 하면서 만난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예고하지 않고 불시에 HACCP 점검을 나간다면 현재 HACCP 인증을 받은 식품업체 가운데 80%는 인증을 취소 당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하더군요.

결국 우리나라 식품 관리제도는 소비자 주도로 이뤄지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없고, 그렇다고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감시체계도 없는,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입니다.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커다란 구멍이 났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내부 제보자의 양심에만 모든 걸 맡길 순 없다

취재진이 만난 동서식품 내부 제보자는 공장 직원들끼리는 불량품을 언제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량품을 재활용 하는 날에는 자기들끼리 '오늘은 먹지마, 섞는 날이야'라며 농담 반 진담 반의 대화를 했다고도 합니다. 제보자는 이런 상황을 외부로 알리는 데까지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보자는 동서식품 파문이 커져가는 현재 오히려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걸어야만 가능한 내부고발에만 기업의 윤리의식을 맡겨둘 순 없습니다. 특히나 온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식품회사의 비리라면 더욱 더 그렇고요.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힘은 막강합니다. 어느덧 국감장에 기업 경영진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대기업을 충분히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행사하는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특히 동서식품처럼 독점 시장이라도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은 아주 조그만 불법행위에도 대다수 국민들이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식품 업계의 자체품질검사 제도는 그래서 국민의 식품 안전을 위한 법인지,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인지 헷갈립니다. 이번 동서식품의 이른바 '대장균 시리얼' 사건으로 현재 식약처는 자체품질검사 제도를 보완할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아마 동서식품 제품에 대한 세균 조사 결과와 함께 새로운 제도도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라도 국민을 위한 정책이 펼쳐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대장균 검출 시리얼 재활용', "문제 없다" vs "불법이다">

- 동서식품 측 주장

처음 취재가 들어갔을 때에도, 보도가 되고 난 뒤에도 동서식품 측은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재활용한 행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첫 번째, '반제품 논리'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상자포장까지 끝나고 유통기한까지 찍힌 제품이라지만, 아직 출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제품으로 볼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는 반제품으로 봐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상자를 모두 뜯어 다시 제조공정으로 되돌려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마치 옥수수와 설탕 같은 원료를 제조공정에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인, 그저 제조 공정상의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얘깁니다.

두 번째, '대장균이 아닌 대장균군이어서 괜찮다'는 논리입니다. 저희가 보도해 드린 영상을 보면 공장 내부 불량 시리얼엔 '대장균'이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동서식품 측은 이는 편의상 '대장균'이라고 쓴 것일 뿐, 실제로 검출된 것은 대장균이 아닌, 대장균과 비슷한 미생물의 군집체인 '대장균군'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대장균군은 가열을 하면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다시 제조공정으로 되돌려 살균과정만 거치면 깨끗한 새 제품이 나온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동서식품 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식약처의 미생물 검사에서 대장균이든 대장균군이든 검출이 될 리가 없으며, 그렇다면 더더욱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세 번째,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합니다. 최근의 식품제조 공정은 완전자동화입니다. 이른바 '컨베어 벨트'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시리얼의 주원료인 '옥수수'를 기계에 투입하면, 이게 컨베어벨트를 타고 매 공정을 자동으로 이동하면서 시리얼이 되고 마지막 포장까지 돼서 창고로 이동하는데 모두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중간에 사람이 개입을 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출고 직전 자체품질검사를 통해 불량품을 찾아냈을 땐 이미 제품들의 포장이 모두 끝난 상태라는 겁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재활용 할 수 있는 불량품을 재활용 하려면 이 상자를 뜯어서 제품을 다시 끄집어 낼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 검찰·식약처의 주장

하지만 검찰과 식약처는 전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반제품 논리'에 대한 반박입니다. 불량 제품을 걸러내는 자체품질검사는 출고 직전의 '완제품'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출고가 돼야지만 '완제품'이라는 동서식품 측의 주장대로라면 품질 검사를 마트에 가서 해야합니다.

식약처 규정에도 '완제품'이란 더이상 가공이 필요치 않은 상태라고 돼 있습니다. 출고가 됐느냐 안됐느냐가 아니라, 제조 공정이 끝났느냐 안끝났느냐로 완제품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란 얘깁니다. 따라서 상자포장까지 모두 끝나 더이상 가공이 필요치 않은 출고 직전의 제품은 '완제품'으로 봐야하며, 그 완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됐기 때문에 폐기를 했어야지, 다시 뜯어서 재활용을 했으면 안됐다는 겁니다.

두 번째, '대장균이 아니라 대장균군이어서 괜찮다'는 논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장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장균군 역시 우리나라의 식품 규정 상 시리얼류에서는 한 마리도 검출이 돼선 안됩니다. 검출이 됐다면 모두 폐기를 해야 합니다. 게다가 대장균군이 열을 받으면 살균된다고는 하나, 미생물 전문가들은 대장균군 자체는 없어졌을지라도 그 대장균군이 활동을 하면서 남겨놓았을 독소는 그대로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어찌됐든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대장균과 대장균군은 식품이 얼마나 오염이 됐는가를 알아보는 척도입니다. 검출이 되면 안되는 음식에서 검출이 됐다는 건, 어찌됐든 그만큼 오염이 됐단 소리고, 그렇다면 꼭 대장균군이 아니더라도 다른 미생물이 있을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즉, 위생 관리가 제대로 안됐다는 소리이지요.

이런 연유로 검찰과 식약처는 현재 진행 중인 미생물 검사에서 대장균, 또는 대장균군이 검출이 되지 않는다 해도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불가피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얘기 역시 어불성설이라 보고 있습니다. 원재료 투입과정부터 완제품 포장단계까지 모든 과정이 전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므로 불량품이 발견되는 시점엔 이미 모든 제품이 포장까지 끝나있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대장균군이 검출이 됐다면, 그건 미련없이 폐기를 시켰어야 한다는 겁니다. 애초에 뜯을 일 자체가 없다는 얘기지요.

양이 많아서 아까워서 재활용을 했다는 얘기는 규정 위반이란 겁니다. 아니, 대장균군에 오염된 제품이 아까워서 폐기를 할 수 없을만큼 많이 나왔다면 그게 더 큰 문제이겠지요.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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