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요우커' 밀물] (하) 요우커 "예뻐지려고 5천만원 주고 왔는데.."

김인수 기자 2014. 10. 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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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짐짝이었다. 턱뼈를 깎는 수술을 받은 뒤 밤중에 얼굴이 퉁퉁 붓고 열이 올랐다. 무서워서 전화를 걸었지만 에이전트는 오지 않았다." 총 비용 약 5000만원을 들여 한국에 온 여성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에서 양악(兩顎)수술을 받은 뒤 간병인도 없이 모텔에서 묵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 한·중 에이전트 배만 불리는 '의료 한류'

의료관광 에이전트는 외국인 환자를 모집해 국내 의료기관과 메디텔 같은 요양 숙박시설에 연결해 주고 체류·관광·쇼핑 등을 돕는 사람이다.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성형 요우커들을 상대로 활동하고 있다.

업계에서 에이전트는 '갑'이다. 성형외과와 요양 숙박업체는 '을'이다. 성형외과와 요양시설은 유능한 에이전트에 줄을 잘 대야 환자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흡사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관계다.

에이전트에 줄을 잘 대는 방법은 하나다. 소개 수수료(커미션)를 많이 주는 것이다. 요양 숙박시설은 숙박비가 뻔해, 숙박비의 10% 정도만 수수료로 떼 준다. 그러나 성형외과는 상당수가 의료비의 30%를 수수료로 떼 주며 유능한 에이전트에게는 40~80%를 떼 준다. 이처럼 과다한 의료비 수수료는 중국 여성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한 수수료의 상당한 액수는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에서 얼굴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 여성이 메디텔형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한국 에이전트와 업체는 중국 에이전트와 업체에 비해 영세하다. 굴리는 돈의 단위가 다르다. 중국 에이전트 중에는 강남의 건물을 '통임대'받아 요양 숙박시설업까지 겸하는 사람도 있다.

■월 1억원 이상 벌며 안전 '뒷전'…'반한파' 만드는 악덕 상혼

한국 에이전트는 한 달에 1억~1억5000만원을 벌면 잘나가는 사람이다. 중국 에이전트는 한 달에 수억원을 벌어야 잘나가는 축에 든다. 한·중 업체들의 수익 차이도 크다.

업계에 따르면 강남에 성형외과가 난립해 있고 전문의는 포화상태다. 유능한 에이전트에 줄을 잘 대려는 경쟁이 과열돼 있다. 결국 성형수술 요우커 밀물로 가장 큰돈을 버는 사람은 유능한 에이전트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중국 에이전트는 떡을, 한국 에이전트는 떡고물을 챙기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중에는 한 번에 100명씩 배에 태워 데려오는 사람도 있다. 일부 악덕 에이전트는 여객선에서부터 요우커들을 짐짝 취급해 원성을 사고 있다.

악덕 에이전트는 성형외과에 중국 여성을 소개할 때 좋은 의료기관인지 여부보다 수수료를 많이 주는 곳을 찾는다. 수수료를 받은 뒤에는 수술환자가 묵기에 부적합한 여관이나 '러브호텔' 등에 짐짝 퍼놓듯 놔두고 가버린다. 환자가 응급상황에서 전화를 걸어도 에이전트는 오지 않는다. 새로운 성형 요우커를 모집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일부 악덕 에이전트와 그에 결탁한 일부 성형외과 및 요양 숙박업소는 성형 요우커들을 친한파가 아닌 반한파로 만들고 있다.

■"중국으로 초대하겠다" '친한파' 만드는 모범업체도

기자는 모범적인 메디텔형 숙박업체를 취재했다. 이 업체 사장은 한국인이다. 5층 건물을 통임대받아 2~5층은 객실로, 1층은 관리사무실로 쓰고 있다. 최대 수용인원이 30명인데 매일 30명이 묵는다.

중국어와 한국어를 잘하는 여성 5명이 객실에서 24시간 환자들을 돌보고 말벗이 돼 준다. 청소부와 요리사 여성도 고용돼 있다. 운전기사들은 1층 사무실에서 24시간 교대로 근무한다. 코피를 쏟거나 쇼크를 일으키는 환자가 생기면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한다. 밤에는 성형외과가 문을 닫으므로 대형 병원 응급실로 신속하게 이송한다. 관광과 쇼핑 안내도 한다.

이 업체 사장은 "낯선 외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한다"며 "객실 근무 여성들이 24시간 환자들과 소통하고 간병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이 있는 성형수술 중국 여성 전용 메디텔형 숙소 내부. 김인수 기자

객실에서 만난 중국 여성들은 "환자들이 사장과 근무자들에게 감사패를 만들어 드릴 예정이다"며 "귀국하면 중국으로 초청해 대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업체는 환자 30명에 근무자가 사장을 포함해 16명이다. 임금도 괜찮은 수준이다. 건물주는 본래 원룸을 운영했는데 통임대 뒤 임대료 수입이 원룸 때보다 20% 늘었다. 리모델링 업체는 메디텔로 건물을 개조해 수익을 냈다. 인근 세탁소는 이 업체의 침구류와 의류 세탁을 도맡아 매출이 늘었다. 환자 영양식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도 재미를 보고 있다.

기자는 이 업체 취재를 통해 성형관광 사업이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며 친한파를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형 '요우커' 밀물](상) "미인은 영웅의 칼보다 강했다"···한번에 3억원 쓰는 중국 여성도, 이 기사는( http://kis.khan.kr/10)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인수 기자 ki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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