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 자체가 코미디"

이석 기자 2014. 8. 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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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원인 모를 싱크홀(Sink Hole)도 공사 현장 주변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롯데 측은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상 현상의 원인으로 제2롯데월드 공사를 지목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학적 불안까지 겹쳐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큰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촌호수 수위 저하 원인은 제2롯데월드"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중순에는 10층까지 올라간 건물 메가 기둥(주기둥)에서 100여 개의 균열이 발견됐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관련 사실을 통보받고도 뒤늦게 조사에 나서 빈축을 샀다. 2013년 이후에도 크고 작은 인사 사고나 화재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최근 안전성 등을 이유로 저층부인 에비뉴엘동·캐주얼동·엔터테인먼트동의 임시 개장 허가를 반려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제는 제2롯데월드 공사로 주변 환경이나 주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봄부터 최근까지 석촌호수 수위는 최대 1m가량 낮아졌다. 수질 악화로 냄새마저 진동하고 있다. 매일 수백 톤의 물을 한강에서 퍼붓고 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상 123층 건물의 기초 공사를 위해 지하 6층 깊이(37m)까지 땅을 팠다. 이 과정에서 석촌호수 인근 지하수가 공사 현장으로 빠져나가고, 이를 메우기 위해 석촌호수 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석촌호수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 측은 그동안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는 공사 현장과 무관하다. 자연 증발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서울시 주재로 전문가 자문회의가 열렸다. 자문회의 결과는 롯데 측의 주장과 반대였다. 자문단은 석촌호수 수위 저하의 원인으로 제2롯데월드 공사를 꼽았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서울시의 '석촌호수 수위 저하에 대한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지하 6층에서 채취한 유출 지하수와 석촌호수 물의 성분이 동일했다. 보고서는 "2010년 12월과 2011년 10월에 각각 1차와 2차 터파기 굴착을 하면서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졌다"며 "제2롯데월드 지하수 유출량과 석촌호수 수위는 상호 연관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자연 증발로 석촌호수 수위가 저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자문단 의견이었다.

석촌호수 주변에 최근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싱크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싱크홀은 지하수가 유출돼 도로나 땅의 일부분이 가라앉는 지반 침하 현상이다. 최근 2개월 사이에만 5개의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 주변에서 발견됐다. CNN 등 미국의 주요 외신이 제2롯데월드 주변에 발생한 싱크홀 문제를 집중 조명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8월7일에는 160톤의 흙을 채워 메웠던 싱크홀이 이틀 만에 다시 주저앉기도 했다. 롯데건설 측은 이번에도 제2롯데월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송파구나 서울시도 지금까지 발견된 싱크홀은 하수관 파열이나 상수도 누출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하수 유출이 싱크홀 발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일대는 과거 한강 본류인 송파강이 지나는 자리였다. 잠실 북쪽과 광진구 사이를 흐르는 지금의 한강은 홍수로 물이 불어나면서 일시적으로 흐르는 물길(신천강)에 불과했다. 1960년대 잠실 일대를 촬영한 항공사진에도 한강이 잠실과 석촌호수 주변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다.

정부는 1975년 국토 개발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한강 개발에 착수했다. 신천강을 파내 넓히고 송파강을 메워 지대를 높였다. 지금의 석촌호수는 한강의 일부를 메우지 않고 남은 부분이다. 지금도 석촌호수에는 송파나루터 자리가 보존돼 있다. 제2롯데월드의 지반에는 모래 자갈층이 존재하고, 지하수 물길을 통해 흙이 쓸려 내려가 주변 지반이 주저앉는 싱크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제2롯데월드의 부지가 과거 하천 지형이었고, 투수 계수(물이 흙을 통과하는 속도) 역시 일반 지형의 100배에 이른다"며 "현장 확인 결과, 석촌호수 주변 도로가 1~3cm 정도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8월5일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 도로에서 싱크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는 옛 한강 본류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공개한 자료는 더욱 구체적이다. 이 교수는 1998년 서울 전역의 지반을 조사한 지반 재해도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보고서를 보면 서울 전역의 지질·암반선·지하수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교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잠실 지역이나 싱크홀이 발생한 석촌동 배명사거리 인근은 충적층 토사로 구성돼 있다. 서울에서도 지반 침하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토사층이 두껍고 지하수위가 높기 때문에 지하수가 빠져나가면 지반 침하 현상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암반 파쇄도를 나타내는 RQD도 20% 전후였다. 이 교수는 "RQD가 낮을수록 지반이 불안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잠실 일대 지하 암반층 역시 서울에서 가장 깨지거나 금이 가기 쉬운 곳이다. 파쇄가 많으면 물이 많이 돌아다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대도시 토지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반 정보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16년 전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받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2롯데월드를 두고 그동안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1994년부터 제2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군 당국은 서울공항 이착륙 안전 문제를 이유로 제2롯데월드 건립을 반대했다. 그러면서 롯데는 번번이 쓴맛을 봐야 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청와대 주재로 롯데와 군 당국이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2롯데월드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도시를 옮길 수는 없지만 군부대는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후 제2롯데월드 건립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군은 작전상의 이유로 여전히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된 후 롯데는 그해 12월 서울시를 통해 행정협의조정을 신청했다.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변경과 비행 안전시설 비용을 롯데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결국 정부는 2009년 3월 제2롯데월드 건립을 최종 승인했다. 이 교수는 "서울시에서 문제를 파악했다면 제2롯데월드는 절대로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 측은 여전히 석촌호수 수위 저하나 인근의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8월6일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공개하며 최근 문제가 된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인근 지역 싱크홀은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석희철 롯데건설 건축사업본부장은 "최근 발생한 싱크홀의 원인은 서울시와 송파구가 아직 조사하고 있어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싱크홀이 현장에서 1㎞나 떨어져 있어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최근 세계적 지질·설계 회사인 오베 아럽(Ove Arup)과 한국지반공학회에 지하수 흐름과 지하 안전에 대한 용역을 맡긴 상태다. 서울시도 전문 기관을 선정해 9개월 동안 제2롯데월드 공사와 석촌호수 수위 저하, 싱크홀 발생의 상관관계를 규명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진행한 1차 입찰이 유찰되면서 한국농어촌공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시사저널 임준선

"조사 없이 공사 강행, 대형 사고 날 수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변 지역으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롯데 측이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서울시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에 지하수 부분이 빠져 있다"며 "석촌호수 수위에 미치는 영향과 지하수 흐름은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실한 평가에 따른 피해는 인근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사이 도로에 예기치 않은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도 "시공을 앞두고 기본적인 조사부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롯데 측은 환경영향평가서를 통해 차수성이 높은 흙막이 공법을 시행하면 제2롯데월드 공사장의 지하수 유출을 하루 최대 163톤까지 줄이고 주변 지반 침하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지하수 유출량은 하루 600~700톤에 달한다. 롯데 측은 지하수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지만 유출량은 지난해에 비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 측의 환경영향평가 예측이 틀린 셈이다. 이 교수는 "지역에 따라 지반이 다르기 때문에 건설 공법 또한 달라야 한다. 지하의 물을 퍼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계속해서 지하수를 퍼낼 경우 주변 지반이 약해져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석 기자 / ls@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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