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쟁점] '친서민' 구호 내걸었지만.. 박수는 부자들이 쳤다

세종 2014. 8. 8.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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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논란 따져보니..

6일 공개된 2014 세제개편안에는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던 그대로다. 크게 세 가지 핵심 부문에서 논란이 되고 있어 향후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제2의 부자감세인가=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기업 곳간에 쟁여둔 돈을 가계로 흘려보내 내수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구호는 다분히 친서민적이지만 이번 안을 반기는 건 오히려 재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안이 내수를 살리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고,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투자 촉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기업들이 우려했던 기업소득환류세에 대해서도 한시적이어서 다행이라는 의견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깔려 있다.

주식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배당소득증대세제의 경우 대주주(20%)보다 소액주주(36%)의 할인율이 높게 설정됐지만 보유 주식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부자들에게 혜택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전 3년 평균보다 임금을 올린 기업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근로소득증대세제와 관련해 정부는 연봉 2억원 이하 고액연봉자와 임원은 제외된다고 했다. 그러나 중산층 기준을 연봉 5700만원으로 설정해 놓고 2억원의 봉급생활자까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월 급여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이들에게까지 세금을 지원해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부자감세 논란에 대해 여야도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제2정조위원장은 "(배당소득증대세제에 대해) 재벌과 외국인 대주주에게 조세 천국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전형적으로 계급 갈등을 부추기는 잘못된 태도"라며 맞섰다.

◇가계소득증대 실효성 있나=실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증대·배당소득증대·기업소득환류)가 가계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재벌닷컴이 10대 재벌그룹의 91개 상장계열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당기소득 기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산출한 결과 과세 대상은 전체 20∼30%에 불과했다. 삼성, LG, SK그룹의 제조업 계열사 대다수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재계의 반발로 당초 정부 구상보다 투자인정 범위, 과세 대상 등이 후퇴한 탓이다.

유보금 과세 기준이나 투자에 사업용 토지를 넣을지, 해외투자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도 빠져 있다. 여론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기업 부담을 더 늘리는 쪽으로 설계하라고 하고, 여당에서는 오히려 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터라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첫 과세 시점이 다음 정부(2017년)라는 점도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에는 세수 확대를 위해 비과세 감면을 축소·폐지하기로 했다가 올해는 다시 늘리면서 정책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질적 효과보다 정부가 시장에 주는 신호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은 뒷전?=실제로 기업으로부터 걷을 세금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의 텅 빈 곳간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는 우려도 있다. 올해 세수 결손 규모는 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개정안을 통한 세수 효과는 5680억원 정도다. 비과세·감면 조정으로 2조원 규모의 증세 효과를 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한참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내수를 살리는 것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한명진 기재부 조세기획관은 "세금이 안 걷히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당장 비과세·감면을 조정하거나 신규 세원을 발굴하는 것보다 내수 부진 극복, 소비 활성화,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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