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자영업의 몰락..'맞벌이 감소' 기현상까지

조정 기자 2014. 6.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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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부모님을 모시고 분당의 식당가를 찾았다. 지난해 몇 번 들린 적이 있는 꽤 이름난 고깃집을 머리에 떠올렸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을 생각해 혹여 기다리지 않을까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까스로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도착한 식당... 그런데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테이블이며 실내 꾸밈새가 바뀐 건 없는데 손님이라곤 달랑 두 테이블 밖에 없었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러려니 하고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장사가 잘 돼 실내에도 테이블이 십여개 있고 마당에 천막을 치고 좌석을 수십개 더 마련한 큰 식당이다. 숫불이 들어오고 구기를 굽고, 시간이 30분은 족히 흘렀는데 더 들어오는 손님이 없다. 카운터를 지키는 사장은 분명 작년에 본 그 사람. 주방장이 바뀌었나? 식사하는 중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무엇이든 궁금증을 못 참는 기자정신이 고개를 들어 종업원과 사장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왜 이렇게 한가하냐고... 주인장은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요즈음은 일요일에 특히 손님이 없다'고 설명한다. 우후죽순 주변에 많이 생긴 식당들끼리 경쟁하는 와중에 세월호 참사까지 터져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1년 전에는 사장의 아내까지 식당에 나와 분주하게 일을 도왔다. 종업원들마저 우두커니 서있는 마당에 주인장 사모님이 나올 이유가 없어 보였다.

최근 통계청은 지난해 10월 기준 맞벌이 가구 현황에 대한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에 배우자가 있는 전체 가구는 1,178만 가구이며, 이중 맞벌이 가구는 505만5천 가구로 42.9%를 차지했다. 연령층별로 보면 40대(50.8%)와 50대(49.9%)에서 맞벌이 가구 비율이 높았다. 산업별로는 가구원이 대부분 함께 종사하는 농림어업(83.0%)의 맞벌이 비율이 높았고, 이른바 도시형 자영업인 도소매·숙박음식점업(58.4%)에서 맞벌이가 많았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부 부가 운영하는 동네식당과 치킨집 같은 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눈길이 가는 것은 맞벌이 가구의 감소 현상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되고, 당연히 맞벌이 가구는 늘어난다. 이미 여성의 사회참여 역사가 깊은 서구사회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같은 신흥국들은 해마다 맞벌이 비율이 높아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년째 소폭이지만 맞벌이 가구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재작년 6월에는 전체의 43.5%가 맞벌이 가구였는데 지난해 10월에는 42.9%로 줄어들었다. 1년 4개월 사이 맞벌이 가구 4만2천 가구가 감소한 것이다. 궁금증이 생겼다. 왜 맞벌이 가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우선 산업부문별 맞벌이 가구의 증감을 따져봤다. 계절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 농림어업을 포함한 다른 분야는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런데 베이비부머들이 주로 창업하는 자영업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맞벌이 가구가 4만2천개 가량 줄어든 것이다. 우연히도 전체 맞벌이 가구 감소분과 거의 일치했다. 도소매업과 숙박, 음식점업을 하던 부부가 망했거나 둘 중 한사람이 일자리를 떠난 것이다. 두번 째, 같은 기간 자영업자 수의 변화를 조사했다.

1년 4개월 동안 자영업자 역시 12만 4천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재작년과 지난해 사이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가운데 12만 4천명 자영업자들이 망해 나갔다. 이 가운데는 상당수의 생계형 맞벌이 가구가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영업의 몰락 현상이 정상적으로 늘어나야 할 맞벌이 가구 숫자까지 감소세로 돌린 것이다.

은퇴 이후 30년 가량을 쥐꼬리 만한 연금에 기대거나 스스로 벌면서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퇴직금 들고 창업했다가 낭패보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올해 경제정책의 슬로건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국민이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가 이뤄져 자영업자들의 주름이 펴지길 기대해 본다.

조정 기자 parisc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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