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마저 돈벌이 수단..정부는 의료영리화 부채질

2014. 5. 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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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람이 중심이다] 공공성 무너진 나라 ③

의료 등 공공분야도 '수익우선'장비 늘려도 간호인력 줄이고치료비 없는 환자는 내쫓아그래도 정부는 "병원 수익증대"

올해로 48살인 남성 환자인 서아무개(경기 고양시)씨는 지난 4월 초 결핵성 늑막염으로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졌다. 그는 지난 1월 초 요양병원에서 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늑막염을 치료하기 위한 처치(심장이나 폐 등이 있는 공간인 흉강에 관을 박아서 고름 등을 빼내야 하는 치료)를 할 수 없었다.

종합병원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서씨에겐 보호자도, 돈도 없었다. 그나마 요양병원의 사회복지사가 고양시에 긴급의료지원금을 신청해 이를 갖고 종합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입원 50일 만에 환자가 내야 할 본인부담금이 600만원이나 나와 퇴원해야 했고,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숨졌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 20일 "치료를 할 수 없는 병으로 숨지면 억울하지라도 않지만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늑막염인데도 결국엔 돈이 없어서 숨졌다. 병원의 수익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사람보다 돈'이라는 논리는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의료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좋은 대학병원이 있고 세계 제일의 치료법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치료비가 없으면 이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료가 '수익성'을 제1원칙으로 삼는 민간병원에 맡겨진 탓이다.

국내 병원의 90%(병상수 기준)는 민간병원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4.9%)은 물론, '민간의료의 천국'이라는 미국(75.1%)보다도 높다. 민간병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수익을 좇아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꼭 필요한 간호사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채용을 줄이고, 각종 고가의 검사 및 수술 장비는 많이 들여와서 환자들에게 '비싼 검사'를 권유한다. 2010년 기준 오이시디 자료를 보면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우리나라가 2.3명으로, 비교 가능한 오이시디 23개국 가운데 가장 적다. 반면 보험 적용이 거의 되지 않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는 인구 100만명당 19.9대(2011년 기준)로 오이시디 평균(12.5대)보다 훨씬 많다.

역대 대통령들은 매번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원격의료 허용, 병원들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등 의료 영리화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수익을 중심에 놓고 안전을 등한시한 결과가 바로 '세월호 참사'다. 그렇지 않아도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줄달음질을 치고 있는 국내 병원들에 자회사를 통해 영리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의료 영리화 정책이 계속되면 환자들의 의료비는 더 올라갈 것이고, 환자 안전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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