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야근이 능률 떨어뜨린다" 필요없이 남는 경우 다수

입력 2014. 5. 12. 09:19 수정 2014. 5. 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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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10명 중 7명 주 2회 이상 야근 퇴근 직전 업무 지시·야근 당연시하는 분위기 걸림돌

"오늘 칼퇴근하겠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가장 하고 싶으면서도 차마 꺼내기 힘든 말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 동료, 선후배에게 평소 하지 못한 말'이란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한국에서 정시퇴근은 너무 어렵다. 기본적으로 업무량이 많다.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인식과 분위기도 문제다. 언젠가부터 정시퇴근 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칼퇴근'이란 용어로 둔갑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칼퇴근은 어찌 보면 '정시퇴근'을 비꼬는 부정적 용어에 가깝다. 외국 기업은 '칼퇴근'이란 말 자체가 생소하다. 자기 일을 마쳤다면 바로 퇴근하는 문화가 당연하다. 상사 눈치를 볼 필요도, 이유도 없다.

'글래스도어'란 홈페이지가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직장 평가 사이트다. 회원 숫자만 3000만명이 넘는다. 25만개 이상 기업에 대한 리뷰가 올라와 있다. 여기에는 한국 기업에 다니는 외국인들의 평가가 정확히 드러나 있다.

"출근은 칼같이 시키면서, 칼퇴근할 땐 눈치를 준다. 추천하지 않는다." 왜 한국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칼퇴근이 어려운 걸까. 칼퇴근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야근을 하는데, 정말 필요해서 하는 것일까. 매경이코노미는 여론조사업체 '오픈서베이'와 손잡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칼퇴근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 정시퇴근 어려운 이유는

업무도 많고 회사 분위기 때문

직장인 10명 중 7명(67.1%)은 칼퇴근하는 날이 '주 3회 이하'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주 3회' 한다는 비율은 20.3%다. '없다(17.3%)' '주 2회(15.9%)' '주 1회(13.6%)'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중후반 직장인들이 칼퇴근하는 경우가 적은 반면, 50대 초반 직장인들은 칼퇴근을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는 기능직이나 공무원이 제때 퇴근한다. 반면 영업직, 사무직, 전문직 순서로 칼퇴근이 힘들어진다.

'칼퇴근 방해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업무가 많다(37%)'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다. 특히 공무원들은 절반 이상(54.1%)이 이렇게 답했다. '야근을 안 하면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회사 분위기 때문(20.8%)'이라고 생각한 직장인도 상당수다. '퇴근 직전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17.9%)' '제때 일을 마치지 못하는 동료나 거래처(11.1%)' 등의 답이 뒤를 잇는다.

칼퇴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직장인들은 크게 세 가지 방법을 꼽았다. 우선 칼퇴근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퍼뜨릴 필요가 있다는 것. 전체 28.8%의 직장인들이 이같이 답했다. 두 번째는 스스로 업무 효율을 향상시켜 제시간 내 일을 끝내는 방법(26.1%)이다. 'PC 오프제 등 여러 제도를 도입하고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22.7%)'고 답한 직장인도 상당수였다.

많은 직장인들은 칼퇴근을 하게 된다면 '취미와 문화생활(40.9%)'을 즐기겠다고 답했다. '휴식과 부족한 취침을 보충(23.9%)'하거나, '가족과의 모임을 늘리겠다(16.1%)'고 답한 사람도 상당수였다. 외국어 공부 등 자기개발에 치중하겠다는 사람은 13.4%에 그쳤다.

2. 야근 정말 필요할까

상사 눈치 때문에 퇴근 못 하는 직장인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직장인들이 오늘도 야근을 한다. 야근이 정말 필요한가를 묻기 전에 '야근'이란 개념을 먼저 정립할 필요가 있다. 연령별로 크게 달랐다.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은 '퇴근시간 후 30분이라도 있으면 야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20대 초반 직장인들은 46.7%가 이같이 답했다. 반면 40대 이상 직장인들은 '9~10시까지 회사에 남았을 때' 비로소 야근이라 생각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야근을 하지 않아도 자기 일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명 중 2명도 안 되는 직장인(15.6%)만이 '야근을 하지 않으면 맡은 업무를 제시간에 마무리할 수 없다'고 했다. '본인 업무에서 야근이 꼭 필요하지 않거나 전혀 필요 없다'고 답한 비율은 49%에 달했다. 특히 '필요 없는 야근을 한 경우가 있나'란 질문에는 10명 중 3명(29.1%)이나 '할 일이 없는데도 상사가 남아 있어 야근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 이상(74.2%) 직장인들은 잦은 야근이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고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고 본다. 연령이 어릴수록 '야근이 생산성을 저하시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은 전체 5.5%에 지나지 않는다.

3. 관련 제도도 미흡

야근해도 수당 제대로 받지 못해

야근을 하면 응당 수당을 받아야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야근을 한다. 그들은 야근수당을 제대로 받고 있을까.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별다른 눈치를 주지 않고 야근수당을 지급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나'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직장인(52.4%)들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29.2%며, '그렇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8.4%다. 즉, 10명 중 2명도 안 되는 직장인만 야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근로기준법상 야근을 하면 시간당 급여의 1.5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켜지는 곳은 많지 않다. 야근수당을 받는 사람도 별로 없을 뿐더러 받아도 기본 급여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야근수당을 받는 직장인 중 절반(50.7%)은 야근수당이 '시간당 5000~1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시간당 5000원 이하'라고 답한 직장인도 23.7%나 됐다. 야근수당으로 시간당 '1만~3만원'가량 받는다는 직장인은 21.3%였다.

이번 '직장인 칼퇴근 인식' 조사는 리서치전문업체 '오픈서베이'의 모바일 패널 조사를 활용했다. 지난 4월 28일 전국 16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59세 미만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부터 50대까지 고르게 참여했다. 직종별로는 사무직, 전문직, 영업직, 기능직, 관리직, 공무원 등으로 구분해 조사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6호(05.07~05.13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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